4월 들어 전세·매매가 상승 주춤…매수 문의도 줄어
청약시장은 최고 수백대 1 경쟁률…'공급 폭탄' 유의해야


"4월 들어 매수 문의가 주춤하네요.전세도 물건이 나와 있는데 과거처럼 빨리 소진되진 않고 있습니다."

서울 서초구의 한 중개업소 대표의 말이다.

봄 이사철을 앞두고 발 빠르게 움직이던 수요들이 감소하면서 서울·수도권의 아파트 시장이 4월 들어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3월까지 활발하던 매수 문의가 줄었고 강남권을 중심으로 꽉 막혔던 전세시장도 숨통이 트이기 시작한 모습이다.

반면 아파트 청약시장은 이달 들어 인기지역 내 분양물량이 쏟아지면서 청약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초 가격 상승에 따른 피로감과 계절적 비수기까지 겹치면서 기존 주택시장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겠지만 인기지역의 청약 열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 이사철 지나며 전세·매매 가격상승 주춤
12일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가파르게 오르던 서울·수도권의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가 4월 들어 한 풀 꺾인 모습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달 13일 조사에서 주간 상승률이 0.50%까지 올랐다가 지난달 20일과 27일에 각각 0.43%, 0.26%로 떨어진 뒤 지난주 조사에선 0.24%까지 내려왔다.

지난달 중순과 비교하면 한달 새 상승률이 절반 수준으로 꺾인 것이다.

전셋값 상승률이 둔화된 것은 계절적으로 수요가 감소한 영향이 크다.

일부 지역에선 한동안 씨가 말랐던 전세가 수요를 찾지 못해 적체되고 있다.

서초구 잠원동의 잠원한신 112㎡와 녹원한신 119㎡의 경우 각각 7억5천만원까지 거래됐던 전세가 현재 7억원에 나오고 있지만 소화되는 속도가 더디다.

롯데캐슬2차 138㎡와 165㎡의 경우 각각 9억원과 11억5천만원에 전세가 나와 있지만 찾는 사람이 없다.

이 지역은 재건축 단지인 한양·한신5차의 이주로 연초 전세는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가격이 급등하고 물건도 귀했던 곳이다.

잠원동 양지공인 이덕원 대표는 "한양·한신5차의 이주가 5월 말까지 진행되는데 일부 남아있는 수요만 조금 움직일 뿐 전세를 찾는 사람이 연초에 비해 많이 줄었다"며 "전셋값이 조금 비싼 물건은 한달 가까이 소화가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전세난 때문에 4∼5월 이사를 갈 사람들도 1∼2월에 서둘러 전세를 구하다보니 막상 이사시즌에는 거래가 감소하는 것"이라며 "연초 전세는 가격에 상관없이 물건만 있으면 선점해갔는데 3월 중순이 지나면서 비싼 전세는 찾는 사람이 없다"고 덧붙였다.

양천구 목동도 연초 학군 수요가 빠지면서 최근 전세 물건이 시장에 나오기 시작했다.

신사가지7단지 우석공인 임규만 대표는 "지난달까지 전세는 씨가 말랐었는데 요즘들어 한 두개씩 나와도 빨리 거래되지 않는다"며 "전세 가격은 그대로지만 2∼3월처럼 전세난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달 들어 전세를 구하려는 수요가 감소하면서 매수 문의도 줄었다는 게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최근 매매 거래가 전세난에 따른 매매전환 수요가 많았다는 방증이다.

노원구 상계동 88공인 김경숙 대표는 "봄 이사철에 움직일 사람들이 미리 계약을 많이 하면서 이달 들어 다소 주춤한 분위기"라며 "순수 전세가 귀하다 보니 일부 매매로 돌아서는 세입자들로 인해 거래는 이뤄지지만,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은 사업계획승인이 당초 예상보다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겹치며 이달 들어 매매 거래가 부쩍 줄었다.

SK선경공인 박노장 대표는 "지난 2월에 50가구, 3월에 30가구가 계약됐는데 이달에는 10일까지 4가구가 팔리는데 그치고 있다"며 "거래 가격도 2∼3월에 비해 1천만∼2천만원 하락했다"고 말했다.

부동산114 통계를 보면 3월 들어 상승폭이 커지기 시작했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최근 3주째 0.10%의 변동률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주 신도시와 경기·인천은 각각 0.03%, 0.06%를 기록하며 3주째 상승폭이 둔화된 모습이다.

그러나 같은 서울이지만 비강남권은 여전히 전세난을 호소하는 곳이 많다.

재건축 이주 등으로 가파른 가격 상승세를 보인 강남권을 피해 가격이 저렴한 비강남권으로 수요자들이 이탈하면서 최근까지 전세난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성동구 옥수동 비전공인 조진호 대표는 "전셋값이 매매가격의 90%에 달하는 단지들이 등장하면서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경우가 많다"며 "순수 전세물건이 없고 가격도 비싸다 보니 매매 거래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 청약시장은 물량 공세로 '후끈'
이에 비해 새 아파트 청약시장은 분양물량이 봇물을 이루면서 이달 들어 청약열기가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공공택지 등 인기지역은 최고 청약 경쟁률이 수백대 1에 달한다.

4월의 분양예정 물량은 총 6만4천여가구로 연중 최대치가 몰리면서 무주택자는 물론 분양권 전매 차익을 노린 투자수요까지 가세하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건설이 지난 9일 울산 약사동에 분양한 직장주택조합아파트인 '약사 더샵'은 138가구 모집에 2만4천335명이 몰려 평균 176.3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10가구를 모집한 전용 84㎡A형에는 당해 지역 1순위자만 5천192명이 신청해 519.2대1의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같은 날 대우건설이 1순위 청약을 받은 '동탄2신도시 2차 푸르지오'에도 567가구 모집에 청약자가 3만3천194명이 몰려 평균 58.5대 1로 마감됐다.

이달 초 GS건설이 분양한 '하남 미사강변 리버뷰자이'는 1만1천870명이 청약해 평균 23.88 대 1, 최고 66.67 대 1의 경쟁률을 보였고, 현대엔지니어링이 경기 용인 기흥역세권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 기흥'도 1순위에서 평균 3.92대 1로 마감됐다.

그러나 비인기지역이나 브랜드 이미지가 낮은 아파트는 청약이 미달되면서 양극화 현상도 보이고 있다.

최근 청약이 끝난 인천 동춘2구역 연수 서해그랑블은 일바 주택형이 2순위에서도 미달됐고 용인 역북 골드클래스 아파트도 5개 주택형 중 3개가 모집 가구를 채우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저금리와 전세난, 청약제도 개편에 따른 1순위 가입자 증가로 인해 인기지역을 중심으로 청약열기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기존 주택시장은 계절적 요인으로 당분간 가격 상승세나 거래가 주춤하겠지만 성수기와 무관한 청약 시장은 사람들이 몰릴 것"이라며 "그러나 해당 지역에 신규 아파트 공급이 많았던 곳이나 분양가가 높은 곳은 2∼3년 뒤 입주시점에 낭패를 볼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청약시장은 전매차익을 노린 가수요들 때문에 인기지역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기존 주택시장은 전세난이 여전하고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도 있어 소강상태가 오래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