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기존 법칙 깨졌다] 저성장 고착화…집값 상승 기대감 '실종'
주택시장에서 매매와 전세, 거래와 가격 디커플링(탈동조화) 배경에는 저성장 저금리 저물가의 그림자가 자리 잡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3저 현상으로 집값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과거의 트렌드가 사라지고 새로운 트렌드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물가상승률이 높은 고성장 시대에는 집값 상승 가능성이 높다 보니 가격이 상승할 움직임을 보이면 차익과 위험 회피에 나서는 이들이 늘면서 거래가 증가하고 가격이 올랐다. 그러나 저물가·저성장 시대에는 집값 상승 가능성이 낮아 전셋값이 급등해도 집값이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과거 투자 1순위로 꼽히던 재건축 아파트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통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의 대표적인 재건축 추진 아파트인 개포동 주공1단지 전용 42㎡는 2006년 11월 최고 8억원에 거래됐다. 같은 평형의 지난달 실거래가는 6억8800만원으로 9년 전보다 1억원 이상 낮다. 반면 실수요자들이 찾는 노원구 중계동 주공2단지 전용 44㎡는 2006년 11월 9700만원에서 지난달 1억6250만원으로 67% 상승했다.

저금리 여파로 전세 중심의 임대차시장에 월세라는 새로운 선택지가 등장한 것도 이유로 꼽힌다. 전셋값이 오르면 매매로 돌아서던 세입자들이 월세라는 다른 주거 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매매와 전세의 상관관계가 깨졌다는 것이다. 2011년 주택 임대차 거래의 33%를 차지했던 월세 비중은 지난해 처음으로 40%(41%)를 돌파했다. 월세 주택 공급이 늘면서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이율인 전·월세 전환율도 꾸준히 하락하고 있어 월세 세입자들의 부담도 소폭이나마 줄어드는 추세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저금리로 집주인들이 월세를 선호하면서 월세 매물이 늘어난 점도 매매와 전세의 연결고리가 약해진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