低금리·차명계좌 금지에 거액 자산가, 수익형 부동산 '노크'
새해 들어 중소형빌딩,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을 찾는 고액 자산가가 늘어나고 있다. 저금리와 차명계좌금지법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27일 신한은행에 따르면 올 들어 수익형 부동산 물건 매수를 의뢰하는 자산가(총자산 10억원 이상)가 전년 대비 30% 가까이 늘어났다.

작년 이맘때 상담을 의뢰하는 자산가 10명 중 5명 정도가 수익형 부동산 매입에 관심을 가졌는데 올해는 7~8명으로 증가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매수 의뢰는 늘어났지만 마땅한 매물이 없어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자산가들은 주로 50억원 안팎의 중소형 빌딩을 찾고 있다. 50억원대 빌딩 선호 현상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빌딩 매매 전문업체 알코리아에셋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서울에서 매매된 중소형 빌딩 건수는 323건이다. 이 중 거래금액이 50억원 미만인 빌딩은 218건으로 전체의 약 67%를 차지한다. 50억~100억원 미만은 70건, 100억~200억원 미만은 31건이었다. 200억~300억원 미만은 4건에 그쳤다.

찾는 이는 많지만 거래는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매물이 부족한 데다 최근 10년 동안 환금성이 좋은 중소형 빌딩값이 많이 뛰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차범근 전 축구해설위원이 한때 소유해 유명해진 서울 한남동 736의 14에 있는 대지면적 208㎡(63평) 빌딩은 2006년 ㎡당 3016만원에서 2012년 9778만원으로 세 배 넘게 뛰었다. 지금은 ㎡당 1억1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수익형 부동산 선호현상이 더욱 짙어지는 것은 저금리와 차명계좌금지법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현재 기준금리는 연 2%로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자산가들의 기대수익률(연 5~6%)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차명계좌 거래를 금지하는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이 작년 11월29일 시행되면서 여윳돈을 다른 사람 명의로 묻어두기도 어려워졌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