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2의 가로수길’로 불리며 가장 ‘주목받는’ 상권으로 떠오른 서울 이태원동 경리단길. 이국적이고 개성있는 음식점과 상점이 들어서며 부동산값 이 오르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최근 ‘제2의 가로수길’로 불리며 가장 ‘주목받는’ 상권으로 떠오른 서울 이태원동 경리단길. 이국적이고 개성있는 음식점과 상점이 들어서며 부동산값 이 오르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반듯하게 구획된 넓은 차로에 기업들과 고층 아파트, 고급스러운 음식점이 포진한 서울 강남·서초구는 1980년대 이후 서울 부촌의 상징이었다. 여기에 서울 중심부에 흩어져 있던 명문고들이 ‘강남 8학군’(강남·서초구)에 자리잡으면서 서울 강북 거주자들까지 자녀 교육을 앞세워 강남으로 전입해 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대적으로 외면받던 강북 부동산이 강남 부동산보다 더 주목받고 있다.

을지로, 광화문 일대는 도심재정비를 통해 테헤란를 능가하는 최첨단 오피스타운으로 변신했다. 강북 한강변에는 한강을 남향으로 볼 수 있는 고급 주거시설이 신축돼 반포·압구정·삼성·도곡동의 아성에 도전한다. 전통과 역사·문화 콘텐츠를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도 ‘강북의 재발견’에 한몫하고 있다.

◆자산가·연예인 “저 강북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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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서울에서 거래된 가장 비싼 공동주택은 한남동 옛 단국대 부지에 들어선 한남더힐 244㎡로, 65억6500만원이다.

3위는 성수동 1가의 고급 주상복합 갤러리아포레다. TV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로 중국에서 한류 붐을 일으킨 배우 김수현 씨(사진)는 지난해 이 주상복합 전용 217.8㎡를 40억2000만원에 구입했다. 김씨 이외에도 사회 지도층 인사와 연예인이 다수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압구정에서 시작해 대치·도곡동을 거친 뒤 반포동으로 이동했던 서울의 부촌이 최근 들어 강북으로 분산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올해 공시가격 상위 단독주택도 대부분 이태원과 용산, 한남동, 장충동 등 강북에 포진해 있다. 고제희 대동풍수지리학회장은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는 용산이나 한남동은 역사적으로나 풍수적으로 길한 곳”이라며 “동서남북으로의 접근성이 좋은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수익형도 강북이 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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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빌딩이나 오피스텔, 관광호텔, 서비스드레지던스 등 수익형 부동산은 강북의 강세가 확연하다. 한동안 국내 부동산 매입에 소극적이던 외국계 자금이 올해 처음 사들인 대형 빌딩은 을지로에 있는 ‘파인애비뉴 A동’이다. 아제르바이잔 국부펀드인 소파즈는 최근 이 건물을 4775억원에 사들였다. 거래를 자문·중개한 자산관리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 관계자는 “(매수자가) 안정적으로 임차인을 확보할 수 있는 서울의 대표 지역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직장인, 1~2인 가구 등이 선호하는 오피스텔도 상황은 비슷하다. 주택임대정보업체 렌트라이프가 발표한 올 1분기 서울 오피스텔의 평균 임대료는 종로구와 중구가 보증금 1억500만원에 월세 130만원으로 가장 높다. 강남·서초구(보증금 5000만원, 월세 90만원)를 크게 앞선다.

미군이나 외국계 기업 임직원 등 국내에 장기간 체류하는 외국인들도 미군 부대와 대사관이 가까운 용산이나 이태원, 한남동을 선호한다. 최근에는 광화문 성북동 동대문으로 거주지가 확산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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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는 상권도 강북에서만 등장

밤낮없이 외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상권도 대부분 강북에 자리잡고 있다. 명동을 비롯해 홍대, 삼청동, 인사동, 북촌, 이태원 등이다. 미래에셋, 하나투어, 대한항공 등이 지으려는 관광호텔이 모두 명동이나 종로 등 강북에 있는 이유다. 신촌에서 관광호텔 운영을 준비 중인 구산리크의 박창준 과장은 “강북에는 고궁이나 남산, 한옥 주택 등 전통적 관광자원이 많은 데다 현대 건축물도 잘 섞여 있어 외국인들이 선호한다”며 “일부 외국인은 강남을 ‘예쁘지만 향기가 없는 꽃’으로 비유한다”고 말했다.

강남에선 가로수길 이후 새로운 명물거리가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강북에선 경리단길 등 명물거리가 계속 탄생하고 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세계적으로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가 있는 부동산이 뜨고 있다”며 “국내 부동산도 이런 영향을 받아 강북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