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이냐…재건축이냐…21년 된 평촌아파트 따져보니
리모델링이냐…재건축이냐…21년 된 평촌아파트 따져보니
경기 안양 평촌신도시 A아파트(500가구·15층) 주민들은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허용되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리모델링과 재건축 가운데 무엇을 선택할지 의견이 나뉘고 있어서다. 전용 72㎡를 85㎡로 리모델링할 경우 가구당 부담금은 1억원으로 9400만원인 재건축보다 약간 많다. 하지만 1993년 준공돼 리모델링(준공 후 15년)은 당장 추진이 가능하지만 재건축은 2033년(준공 후 40년)에나 시작할 수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준공 20년 내외의 서울 강남과 분당·평촌·일산·중동·산본 등 1기 신도시 아파트 단지들이 리모델링과 재건축 사업을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임채우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사업비, 예상 분양가, 사업 가능 시점 등이 주요 체크 포인트”라고 말했다.

◆“15층 중층 아파트는 리모델링”

리모델링과 재건축이 모두 가능하다면 우선 수익성을 따져봐야 한다. 수익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는 일반분양 물량이다. 분양수입금이 많으면 조합원의 비용 부담은 그만큼 줄어든다. 리모델링은 기존 가구의 15%까지만 가구 수를 늘릴 수 있고, 재건축은 용적률에 따라 일반분양 가구가 늘어난다.

전문가들은 기존 용적률이 낮고 지은 지 30년이 넘어 재건축 가능 시점이 얼마 남지 않은 저층(5~10층) 아파트는 일반분양 물량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는 재건축이 낫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이미 용적률이 200%를 웃도는 15층 내외 중층 아파트는 용적률 상승폭이 크지 않아 3개 층 수직증축을 통한 리모델링이 유리할 수 있다. 최재윤 미담건축사 대표는 “수도권의 3종 일반주거지역 중층 단지들은 재건축 시 용적률 상승폭이 40~50%포인트 수준으로 제한돼 일반분양을 크게 늘리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사업 기간, 인근 시세 따져봐야

리모델링의 가장 큰 장점은 재건축보다 사업 기간이 짧다는 점이다. 새 아파트 준공까지 걸리는 시간은 리모델링이 5년, 재건축이 10년 정도다. 리모델링은 준공 후 15년이 지나면 주민 동의를 통해 추진이 가능하지만 재건축의 경우 지은 지 최장 40년(서울은 1991년, 인천·경기는 1993년 기준) 뒤부터 추진이 가능하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주변 집값도 변수다. 업계에서는 일반 분양 가격이 3.3㎡당 1600만원은 돼야 가구당 리모델링 공사비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공사비는 지역별로 비슷하지만 일반분양분의 분양가는 차이가 커서 사업성이 달라진다는 얘기다. 서울 강남과 분당신도시에서 최근 리모델링 움직임이 활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투자보다는 주거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준공 때부터 평면이 비효율적이었거나 설계에 하자가 있는 아파트는 주거환경 개선 차원에서 리모델링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현진/김보형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