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부동산시장 침체로 사업추진을 포기한 뉴타운·재개발구역에 대해 도시재생사업(지역별 맞춤형 재개발)을 통한 정비가 가능하도록 유도키로 했다. 이를 위해 앞으로 4년간 1조원의 예산을 투입할 방침이다.

노후 주거지역을 완전히 철거하고 아파트 중심으로 신축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기존 생활권에 대한 문화·사회 특성과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특성까지 살려 신규 개발을 해가는 방식이다.

서울시 "뉴타운 포기지역 4년간 1조 투입"

○‘맞춤형 재생’에 1조원 투입

박원순 서울시장은 26일 서울 종로구 창신2동 주민센터에서 이 같은 ‘도시주거재생 비전’을 발표했다. ‘창신·숭의뉴타운’(재정비촉진지구)은 작년 6월 서울지역 뉴타운 중에서 최초로 주민들의 자발적 의사에 따라 지구 전체가 사업추진을 포기했다.

서울시는 이날 고층 아파트 신축 중심의 기존 주거재정비(뉴타운·재개발) 사업을 마을공동체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지역정체성 보존, 다양한 주택유형 공급 등을 핵심으로 한 ‘지역 맞춤형 재개발(도시재생사업)’로 바꿔 나가기로 하고, 향후 시행방안을 내놨다.

시는 도시재생 시범구역으로 창신·숭인동 일대를 두고 있다. 이 지역이 동대문 패션타운이나 종로신진시장의 배후역할을 담당한다고 판단해 봉제산업을 지역특화산업으로 개발한다는 전략이다. 한양성곽과 동대문, 동묘 등 역사문화자원도 주거지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요소로 되살릴 계획이다. 서울시는 국토교통부가 선정하는 ‘도시재생선도지역’에 창신·숭인동을 공모해놓고 있다.

시는 우선 재생전담기구인 ‘도시재생본부’(가칭)도 설립할 계획이다. 미국 보스턴의 ‘도시개발청’을 본뜬 것이다. 이곳을 통해 앞으로 4년간 1조원 규모의 재원을 집행할 예정이다.

이건기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중기재정계획에 이미 연간 도시정비 예산 1000억~1200억원이 확보돼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도시재생특별법’을 제정한 만큼 향후 국비를 지원받으면 ‘1조원 플러스알파’가 될 것으로 서울시는 기대하고 있다.

○우선 지원대상 등 기준마련 시급

주거재생구역을 지정할 때는 지금처럼 주택노후도와 호수밀도 등 물리적 요건으로만 결정하지 않는다. 주민들의 생활환경, 지역 역사, 주민들의 의사, 추진주체 등 사회·문화적 항목을 넣을 방침이다.

박 시장은 “그동안 일부 주민이 주도하는 조합(추진위)이 건설사와 함께 무리하게 정비사업을 추진한 곳이 적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사업추진에 갈등도 많고, 진행도 늦어지는 측면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시는 또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기존 재개발 방식을 결정해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주거환경이 열악하고 재개발구역 등이 대거 포함된 동북 4구(도봉·노원·강북·성북구)와 광진구, 서울 서남권의 경우 역세권 내 용적률이나 층수 규제도 탄력적으로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강남권에 비해 개발이 뒤처진 이들 지역이 ‘낡은 베드타운’이 되지 않게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변창흠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뉴타운·재개발구역에서 해제된 곳들은 결국 사업성이 없다는 얘기”라며 “시가 재정을 투입해 맞춤형 재개발을 지원하고, 지원 대상과 기준 등을 투명하게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