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독일 일본 등 해외 주요 선진국 건설사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자신만의 특화전략’으로 세계시장을 공략해오고 있다.

미국의 대표 건설사인 벡텔은 1904년 설립 당시 철도·도로 시공 ‘전문 하도급 업체’였다. 초일류 건설사로 급성장한 계기는 창업자 워런 벡텔이 플랜트사업에 집중하면서부터다. 벡텔은 자동차 보급이 늘자 연료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점에 착안해 정유 시설과 대규모 파이프라인 시설 등 석유 플랜트사업에 뛰어들었다. 석유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중동 산유국 시장에 진출해 플랜트사업을 벌이는 한편 대체 에너지원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도 나섰다.

35년 연속 미국 상위 10위 건설업체에 들어가는 유일한 회사 센텍스는 빌딩, 주택, 부동산 분야를 특화하고 있다. 7개의 서로 다른 브랜드를 활용해 다양한 개념의 주택사업을 벌인다. 미국 내 2위 건설사인 플루어는 유연탄과 금 등 지하자원 개발사업, 핼리버턴은 에너지 관련 플랜트 설계·시공에 강점을 갖고 있다.

일본 건설업체들은 토목 분야에 압도적인 기술력을 가진 경우가 많다. 이는 일본의 자연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도쿄의 지질은 도쿄도 청사가 있는 신주쿠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지하 70~80m까지 화산재와 점토 등이 쌓여 이뤄진 토사층이다. 태풍과 해일 등 자연재해가 많은 것도 토목 기술과 기계화 시공이 발달한 이유다. 이 분야의 대표적인 강자는 시미즈건설이다. 이 회사는 건축공사용 로봇을 개발해 토목공사의 안전성을 높이고 있다.

도시환경, 친환경건축도 일본 건설사들이 주도하는 분야다. 다이세이건설은 도시환경 개선기술, 환경을 고려한 건축기술, 신재료 건축 등에 집중하고 있다. 도심 고온화 문제 해결, 건물녹화, 고단열 에너지 절감을 비롯해 새집증후군을 줄이는 기술을 개발해 이 분야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선진국 건설사가 토목·건축·플랜트 중 어느 한 가지 공종에 역량을 집중하는 반면 국내 건설사들은 모든 공종을 골고루 잘하는 종합 시공력에 비중을 둔다고 지적한다.

이복남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건설사들은 토목 건축 플랜트 등을 골고루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공종별로 한두 가지 분야를 특화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어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