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후속 대책] 행복주택 14만가구로 축소…첫 삽도 못뜨고 후퇴
지지부진하던 행복주택 공급계획이 손질됐다. 공급 예정 물량을 줄이고, 공공임대아파트로 대체했다. 사업부지도 택지지구 미매각 토지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사업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라지만, 철도부지 등 유휴지를 활용해 행복주택을 짓는다는 원래 취지가 훼손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목동·잠실 등 시범지구 지정을 그대로 추진하기로 해 주민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부동산 후속 대책] 행복주택 14만가구로 축소…첫 삽도 못뜨고 후퇴
국토교통부는 당초 20만가구로 공약했던 행복주택을 14만가구로 줄이기로 했다. 줄어든 6만가구는 국민임대 5만가구와 민간임대 1만가구로 대체 공급해 공공임대주택 물량 51만가구는 유지한다. 또 신혼부부·사회초년생 등의 입주비율을 종전 60%에서 80%까지 올려 이들의 입주물량을 보전한다는 방침이다.

철도부지 등 도심 내 유휴지로 한정됐던 사업부지의 대상은 넓혔다. 원래 행복주택을 짓기로 한 철도부지 물량은 공영주차장·미활용 공공시설용지 등의 공공용지와 합해 3만8000가구로 줄였다. 대신 도시재생용지(노후주거지역 재개발)와 공기업 보유 토지 등을 활용해 10만2000가구를 공급한다.

도시재생용지에는 행복주택만 단독으로 짓거나 민간 분양주택과 혼합해 지을 계획이다. 뉴타운해제지역의 노후주거지나 빈집을 사들여 공급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SH공사 등 공기업이 갖고 있는 미활용 토지 가운데 역세권 부지도 활용한다. 첨단산업단지와 미니복합타운에도 짓기로 했다.

하지만 당장 시범지구사업부터 주민 반발에 가로막혀 있다. 어떻게 예산을 마련할지도 뚜렷하지 않아 변경된 행복주택 공급계획도 실행까지는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사업추진 1년도 되지 않아 기본 방향을 바꿨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5일 목동·송파 등 시범지구 5곳의 지구 지정을 강행키로 하면서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양천구(목동지구)는 지난 2일 공식적으로 반대의사를 밝혔고, 안산시(고잔지구)는 시장과 시의회가 반대 성명서를 내고 국토교통부를 항의방문하기로 했다. 시범지구로 이미 지정된 오류지구도 사업계획이 바뀌며 편의시설 등이 대폭 줄어 반발하고 있다. 송파·노원구 역시 주민 반대를 거스르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부 반대가 있지만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더 이상 지구 지정을 늦출 수 없다”며 “교통과 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 등을 통해 충분히 의견을 듣고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양천구 관계자는 “국토부는 ‘주민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원론적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