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제청 "개발행위 제한 완화해 '부분 개발' 추진"
시행예정자 소송·주민 파산 등 우려

단군 이래 최대 규모 개발이라던 인천 용유·무의도 에잇시티(8City) 개발 사업이 수년만에 무산됨에 따라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1일 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업 시행예정자인 에잇시티가 기한 내 증자에 실패함에 따라 사업과 관련한 협약을 이 날로 해지하고 사업 주체를 다양화해 부지를 나눠 단계적으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주민의 재산권 행사를 막아온 개발 행위 제한을 오는 30일부터 전면 완화해 건축물의 신·증·개축이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인천경제청은 '7월 말까지 증자하지 못하면 8월 1일자로 사업을 자동 해지한다'는 내용의 협약 해지 예정 통보서를 지난달 10일 에잇시티에 보냈다.

에잇시티는 증자 관련 서류를 지난달 31일 인천경제청에 제출했을 뿐 실제 자본금 납입에는 실패했다.

사업 협약 해지에 따른 후폭풍은 다각도로 예상된다.

2007년 기본 협약 이후 지지부진하게 사업을 끌어온 기간만 6년이다.

총 사업비는 우리나라 1년 예산과 맞먹는 317조원이고 사업면적은 마카오의 3배 규모인 79.5㎢이다.

보상을 기다리는 주민 3천여 가구의 재산권과 연관됐고 사업부지 땅을 담보로 이들에게 대출해 준 금융권과도 엮였다.

◇ 인천시 국제소송 당하나
에잇시티는 일방적인 해지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시와 인천경제청을 상대로 홍콩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사업이 부진을 겪다가 이 사태까지 온 데에는 시와 인천경제청에 귀책 사유가 있다는 것이다.

에잇시티는 2007년과 2008년 잇따라 맺은 기본협약과 주주협약 내용대로 시와 인천경제청이 에잇시티 개발계획 등 인·허가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고 기반 시설도 갖추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시 산하 도시공사가 2010년 사업 추진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참여하기로 했다가 취소하는 바람에 SPC 구성이 늦어졌다고도 했다.

반면 인천경제청은 기회를 충분히 줬는데도 증자하지 못한 점은 에잇시티라며 소송이 들어오면 강력히 맞선다는 입장이다.

조명조 인천경제청 차장은 "국제 소송이라고 해도 사업 무산 책임이 에잇시티에 있기 때문에 이길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 최대 피해자는 주민
성과 없이 시간만 끌어온 에잇시티 사업의 최대 피해자는 사업부지 내 주민이다.

1999년 용유·무의 관광단지 구상이 나온 이후 이들은 14년간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아왔다.

이들 중 일부는 대규모 개발에 대한 기대감에 사업 부지 땅을 담보로 금융권에 대출을 받았다.

예상과 달리 개발 사업이 오랜기간 진척되지 않으면서 대출 이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여태까지는 사업 협약이 해지된 게 아니어서 대출금 상환 기일이 보류돼왔지만 해지되면 상환 압박이 한꺼번에 몰려와 주민 일부가 파산에 처할 우려까지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어떻게든 이 사업을 이어가야 한다는 측과 차라리 사업을 그만두고 경제자유구역에서도 해제해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해달라는 측으로 주민의 의견이 양분됐다.

에잇시티는 사업을 끌고 가려고 일부 주민에 한해 대출금 이자를 지원하겠다고 약속까지 했다.

농·수협 등 금융권이 이들에게 대출한 금액은 3천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매로 넘어간 물건만 70여 건이고 금액은 3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업부지 내 국·공유지를 포함한 총 보상금은 5조7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보상이 시급한 사유지가 3조원이 조금 넘고 나머지는 국·공유지분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부분·단계 개발 가능할까
인천경제청이 발표한 사업 주체 다양화와 부분·단계 개발안은 실현 가능할까?
인천경제청은 민간 제안사업을 공모해 용유·무의도 개발에 적합한 투자자를 제안 부지별로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에잇시티 사업 면적이 지나치게 넓기 때문에 누가 나서더라도 일괄 개발은 무리라는 판단에서다.

인천경제청은 사업자별 최소 제안 면적을 10만㎡로 해 난개발을 막을 계획이라고 했다.

개발 지연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정리 방침에 따라 제안 사업이 없는 부지는 내년 8월 경제자유구역에서 해제될 예정이다.

그러나 사업 제안 공모에 민간 투자자가 얼마나 나설지 의문이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 속에 투자를 꺼리는 분위기인 데다 기반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부지에 투자자가 다수 나서겠냐는 거다.

재정난에 시달리는 인천경제청이 발표대로 예산 1천500억원을 연차별로 투입해 기반시설을 설치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김성수 인천경제청 영종청라사업본부장은 "5∼6군데에서 투자 문의가 있었다"며 "왕산 마리나 주변, 을왕리 해수욕장 주변 등 6곳으로 크게 나뉘어 개발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에잇시티는 사업협약 해지에 따라 자사가 소송에 들어가면 수십 개월이 소요되는 소송 기간에 관련 행정 절차나 신규 투자자 모집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인천경제청의 대안은 현실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개발이 올스톱되는 소송 기간에 사업 부지 내 땅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대출받은 주민이 파산 위기에 몰릴 우려도 제기했다.

조명조 차장은 "에잇시티는 사업 승인을 못 받았다.

소송에 들어간다고 해도 협약 무효 여부와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가 쟁점이지 사업 추진 자체를 놓고 다투게 되진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주민의 재산 피해 부분에 대해서는 "법적 테두리 내에서 주민을 위해 해줄 수 있는게 뭔지 나름대로 고민하고 있다.

피해 최소화 방안을 주민, 금융권과 협의해 가겠다"고 했다.

(인천연합뉴스) 배상희 기자 eri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