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제청 해지 이후 대안 내일 발표 예정
실현가능 대안 나올지 의문…땅 담보 대출받은 주민 파산 우려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개발이라며 수년을 끌어온 인천 용유·무의도 에잇시티(8City) 개발사업이 8월 1일자로 자동 해지될 전망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이날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에잇시티 사업 해지 사실과 그에 따른 후속 대책을 공식 발표할 계획이라고 31일 밝혔다.

◇ 에잇시티 진짜 해지되나
인천경제청은 사업 시행예정자인 ㈜에잇시티가 약속한 400억원을 이달 말까지 증자하지 못하면 8월 1일자로 사업을 자동 해지한다고 지난 10일 통보했다.

에잇시티는 지난 6월 28일 현물 출자한다면서 제시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땅과 세종시 땅에 대한 등기 작업을 진행 중이다.

자산가치가 500억원으로 감정된 에잇시티 소유 세종시 땅에 대해서는 이르면 이날 중으로 법원에 등기 신청을 할 계획이다.

통상적으로 등기 신청 이후 수용되기까지 수일 걸리기 때문에 에잇시티가 약속 기일 내 증자하기란 불가능한 상황이다.

감정평가 예상금액이 550억여원인 두바이 땅은 내달 3일께 감정가가 나온 뒤에나 등기 절차를 밟는 게 가능하다.

에잇시티는 해지 통보 기일이 임박하자 부진한 사업 추진에 관한 인천시와 인천경제청의 귀책사유를 제시하면서 '해지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와 인천경제청은 '사업을 계속 하고 싶으면 약속만 지키면 될 것을 협소한 내용을 물고 늘어진다'며 대응 가치가 없다는 반응이다.

인천경제청의 한 관계자는 "사업을 해지하라는 주민들의 전화가 매일 100통 가까이 걸려온다"며 "주민의 피해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

해지를 전제하고 이미 정책 방향을 굳혔다"고 강조했다.

◇ 누구의 잘못?
야심차게 발표된 대규모 개발 사업이 삽 한 번 떠보지도 못하고 좌초 위기에 놓인 데 대해 시와 에잇시티는 '서로의 책임'이라며 맞서고 있다.

에잇시티는 최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약속을 깬 건 에잇시티가 아니다'며 시와 인천경제청도 기본 협약상 내용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에잇시티는 2007년과 2008년 각각 맺은 기본협약과 주주협약 내용대로 시와 인천경제청이 에잇시티 개발계획 등 인·허가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고 기반 시설도 갖추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인천경제청의 이 관계자는 "인·허가 절차 부분에 대해서는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무의도의 상·하수도 시설 일부를 제외하고 기반시설은 다 갖춰졌다"며 반박했다.

시 산하 도시공사가 2010년 개발 사업 추진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 컨소시엄에 지분 참여를 하기로 했다가 취소했다는 에잇시티의 주장에 대해서는 "도시공사는 에잇시티가 400억원을 가져오면 출자하겠다고 100억원을 보내온 상태"라며 맞섰다.

◇ 사업 해지 이후는
인천경제청은 에잇시티 사업을 해지하고 사업 부지를 나눠 단계적으로 부분 개발하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에잇시티 사업 면적이 마카오의 3배 규모인 79.5㎢로 지나치게 넓기 때문에 일괄 개발은 무리라는 판단에서다.

인천경제청이 초기 사업을 주도하되 국공유지 등 토지 수용 비용이 덜 드는 부지부터 개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사업 해지와 동시에 에잇시티가 시와 인천경제청의 귀책사유에 대해 국제 소송을 제기한다는 방침이라 새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우려가 일고 있다.

에잇시티는 소송 기간에 관련 행정 절차나 신규 투자자 모집이 불가능하다며 '인천경제청이 세운 대안은 현실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사업 부지 내 땅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대출받은 주민이 사업 해지와 동시에 파산 위기에 몰릴 우려도 제기했다.

새 사업에 대한 개발계획 수립부터 실시계획 승인을 얻기까지 최소 30개월이 걸려 그 사이 정부 방침에 따라 경제자유구역에서 해제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정부는 개발이 지연되는 경제자유구역을 정리하고자 내년 8월까지 실시계획 인가를 신청하지 못하는 지구는 과감히 해제하겠다고 이달 초 발표했다.

인천경제청은 에잇시티에 기회를 충분히 줬는데도 증자에 실패해 사업을 무산시켰다며 소송이 들어오면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제자유구역 해제 우려에 대해 "실시계획 단계까지 가지 않더라도 추진 중인 개발계획이 있으면 정부 심의를 거쳐 1년 연장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법적 소송 기간 관련 사업 추진이 완전 중지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아직 법적인 부분은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았다"고 했다.

에잇시티는 용유·무의도에 2030년까지 호텔복합리조트, 한류스타랜드 등을 조성하는 내용이다.

지난해 말까지 에잇시티가 증자하고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자본금 마련에 실패하면서 지난 5월 10일, 6월 말, 이달 말로 증자 기한이 연장됐다.

(인천연합뉴스) 배상희 기자 eri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