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합동 브리핑 >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안전행정부가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합동 브리핑을 열고 취득세를 내리겠다고 발표
했다. 김낙회 기재부 세제실장(가운데)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배진환 안행부 지방세제정책관, 오른쪽은 도태호 국토부
주택토지실장. 연합뉴스
< 정부 합동 브리핑 >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안전행정부가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합동 브리핑을 열고 취득세를 내리겠다고 발표 했다. 김낙회 기재부 세제실장(가운데)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배진환 안행부 지방세제정책관, 오른쪽은 도태호 국토부 주택토지실장. 연합뉴스
[취득세 인하] 9억이하 1주택자 취득세 절반 내릴듯…지방세 年2조7천억 '펑크'
정부가 22일 취득세 인하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구체적인 인하폭과 시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안전행정부는 오는 8월 말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들은 “지방자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며 취득세 인하에 반대하고 있어 진통을 예고했다.

◆9억원 이하 1주택자 1% 유력

김낙회 기재부 세제실장은 이날 합동 브리핑에서 취득세 인하폭에 대해 “관계 부처와 협의하고 있다. 재원 조달 문제와 함께 논의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협의가 구체화된 단계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지난 1~6월 한시적으로 시행됐던 취득세 인하 조치를 연장하는 방안을 비중 있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9억원 이하 주택(1주택자 기준)에 1%, 9억원 초과~12억원 이하 주택 2%, 12억원 초과 주택에는 3%의 기본 세율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 방안은 올 상반기 시행 과정에서 이미 한 차례 국회 논의를 거쳤다는 점에서 입법 과정에서 정치권의 반발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이 방안이 현실화되면 현재 무주택자가 시가 6억원짜리 주택을 구입하면 취득세로 600만원만 내면 된다. 현재는 1200만원을 내야 하는데 세금 부담이 절반으로 줄어들게 된다.

정부는 또 현재 9억원 이하 1주택에 2%, 9억원 초과 주택에 4%인 현행 취득세 구간을 그대로 두고 세율만 절반으로 인하하는 방안과 1주택자와 다주택자의 세율을 차등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취득세 인하 시기는 이르면 10월, 늦어도 내년 초가 될 전망이다. 정부가 8월 말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고 9월 말 국회에 제출할 ‘2014년 예산안’에 관련 내용을 담기로 했기 때문이다. 국회 논의를 거쳐야 하는 만큼 언제부터 인하될지 속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정부가 지난 ‘4·22 부동산대책’을 내놓을 당시 법 적용시점을 ‘국회 상임위 통과’를 기준으로 잡은 전례가 있어 이를 따를 경우 10월부터 적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지자체 반발도 변수

정부 방침과 별개로 지자체들의 반발도 넘어야 할 산이다. 이날 부산시 충남도 등은 정부의 취득세 인하 방침에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안행부 관계자는 “전체 지자체 수입 가운데 취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26%에 달하고 경기도 등 일부 지자체는 이 비중이 50%가 넘는다”며 “모든 지자체가 납득하는 세수 보전 대책 없이는 취득세 인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취득세율을 1%로 인하하면 울산시는 690억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전북도 역시 취득세 감소분이 2011년 기준 주택분 재산세액(359억원)의 1.9배에 달하는 700여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 재정에 부담만 가중할 것이라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대구시도 주택 취득세율을 1%포인트 감면하면 취득세 1000억원이 감소하고, 토지·건물까지 인하할 때는 2000억원 이상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부는 취득세를 인하하면 지방 세수가 연간 2조7000억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고 지방 재정 보전 방안을 찾고 있지만 합의점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취득세를 낮추는 대신 재산세를 올리면 기존 주택 보유자들의 반발에 부닥칠 수 있는 데다 “증세는 없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과도 어긋난다는 점에서다. 이에 따라 현재로선 국세인 부가가치세 가운데 지방에 돌아가는 몫(5%)을 늘려주는 방안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용석/김주완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