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단적 결정…시·도마다 수백억~수천억원 세수 감소"
지방교부금으로 차액 보전 방침에 "중앙정부 예속" 우려


정부가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해 주택 취득세율의 영구 인하 방침을 정하자 전국의 광역자치단체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 시·도지사 협의회는 23일 오후 3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취득세율 인하 논의를 즉시 중단할 것을 공식 요구할 계획이다.

정부의 취지와 달리 취득세율 인하가 투기나 전세가 인상을 초래할 수 있고, 세수 보전 차원에서 다른 지방세가 인상된다면 조세 저항 역시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들도 정부가 독단적으로 지방세 인하를 추진하는 것은 지방자치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시·도별 수백억∼수천억원 세수 부족 우려
정부의 방침은 주택시장 정상화 차원에서 취득세율을 인하하되 지방소비세와 지방소득세 등 지방세제 개편을 통해 세수를 보전해 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치단체들은 정부의 세수 보전 입장을 신뢰하지 못하는 분위기이다.

정부가 2010년 지방소비세를 신설할 때 부가가치세의 5%를 시작으로 20%까지 인상해준다고 하고도 여태껏 이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시·도세에서 취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만만치 않다.

충북도의 주택 취득세는 전체 도세 7천284억원의 15%(1천93억원)에 달한다.

현행 4%의 취득세율이 2%로 낮아지면 연간 547억원의 세입 감소가 불가피하다.

이런 사정은 다른 지자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2011년 경남도 취득세는 1조1천571억원으로 전체 도세 2조58억원의 58%나 차지했다.

경남도는 취득세 가운데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1%로 인하할 경우 연간 1천800억원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경남도는 취득세의 경우 지방정부의 주요 자주세원인데도 사전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인하할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재정에 더욱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강원 500여억원, 전북 700여억원, 충남 820여억원, 대구 870여억원의 세수 부족이 우려되고 있다.

다른 시·도에 비해 재정 규모가 큰 경기는 7천300억원, 인천은 적게는 4천500억원에서 많게는 6천700억원의 세수 감소를 걱정하고 있다.

◇ "밑돌 빼서 윗돌 고이자는 식"…비난 쇄도
정부는 중앙·지방 정부의 재정 조정 문제를 논의해 내달 말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지자체의 걱정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당장 세수가 제대로 확보될지가 걱정이다.

국세인 부가가치세 일부를 지방소비세로 전환한다면 국세가 줄고, 이럴 경우 국세에서 지원되는 지방교부세도 줄어드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설령 정부가 부족한 세수를 보전하기 위해 지방세나 지방소득세를 인상한다고 해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월급을 받는 근로소득자나 개인사업자가 내는 지방소득세나 납세자가 가장 많은 재산세를 인상하면 조세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

전북도의 한 관계자는 "세수 보전을 위해서는 현행 납세자들의 재산세 부담을 2배 이상 늘려야 한다"며 "세 부담 상한제를 감안, 50%만 올리더라도 조세 저항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땅한 직업이 없는 퇴직 노령자의 경우 재산세를 내기 위해 은행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취득세율 인하가 부동산 경기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정부의 관측이 과연 맞아떨어지겠느냐는 부정적 시각도 강하다.

세율 인하 직후에는 주택 매매가 일시적으로 늘어날 수 있지만 한 두 달 이내에 거래가 뚝 끊기는 '거래 절벽'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재산세 인상은 전세가 인상으로 이어져 오히려 부동산 경기 침체를 가속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충북도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취득세율 인하는 주택 매입자의 세금을 깎아주고 이 세수 부족분을 다른 사람들로부터 거둬들이는 식"이라며 "자칫 밑돌을 빼어 윗돌을 고이는 임기응변식 처방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 "지방자치 왜 하나"…정부 불신 고조
정부의 취득세율 인하 방침을 접한 충남도의 남궁영 기획관리실장은 22일 기자회견을 자청, 반대 입장을 분명히했다.

지방세 부과·징수는 지자체 고유 업무인데 정부가 지자체와 논의도 없이 취득세율 영구 인하 방침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남 실장은 "지역균형 발전은 물론 지방분권을 포기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정부 방침을 강하게 비판했다.

전북도의 한 관계자도 "중앙정부가 지자체의 주 재원인 지방세제를 임의로 개편하는 것은 지방재정의 자주성을 침해하는 행위로 지방자치, 지방분권 취지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도 정부의 취득세율 인하 방침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충북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최윤정 사무국장은 "지방세 인하 문제는 지자체와 충분히 협의해 결정하는 것이 순리인데 중앙 부처끼리 맘대로 정하는 것은 지방자치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국장은 "취득세율 인하로 줄어든 세수를 보전해 준다며 지방교부금을 늘린다면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에 한층 예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천시 재정위기 비상대책범시민협의회'의 한 관계자도 "지방세수가 감소하면 시민의 삶의 질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며 "대체 세입이나 보전책을 마련해 주지 않는 한 취득세율 인하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일각에서는 취득세율 인하에 앞서 국세의 지방 이양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하능식 한국지방세연구원 박사는 "취득세 인하로 지자체 세수가 줄어드는 부분은 중앙 정부가 책임지고 정부 예산으로 보전해 줘야 하며 국세의 지방 이양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학구, 이은파, 임 청, 임보연, 홍정표, 최찬흥, 송형일, 최수호, 장영은, 배상희, 신정훈, 심규석)


(전국종합=연합뉴스) k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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