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공개질의에 서울시 "협의 필수 아냐" 일축

서울시가 무허가촌인 구룡마을 개발방식을 놓고 시측의 개발 방식을 강행할 방침을 강남구에 최후통첩, 1년간 끌어온 서울시와 강남구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서울시는 작년 6월 기존 수용·사용방식에 환지방식을 일부 적용한 혼용방식으로 구룡마을을 개발하겠다고 밝혔지만, 강남구는 공영개발의 원칙을 살려 100% 수용·사용방식을 고수해야 한다고 맞서왔다.

수용·사용방식은 부지 개발 후 토지를 모두 수용하고 나서 소유주에 돈으로 보상하는 것이며, 환지방식은 소유주가 개발 비용 일부를 내는 대신 일정 규모의 땅을 받아 본인 의사에 따라 개발하는 것이다.

18일 서울시와 강남구에 따르면 서울시는 구청과 논의 없이 환지방식을 도입했다며 강남구가 지난 4월23일 제출한 공개질의서에 대해 이날 자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과정에서 입안권자(강남구청장)와 충분히 협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반드시 거쳐야 할 사항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통보했다.

이어 작년 5월 1차 도시계획위원회 심의결과를 구에 통보했고 이에 대해 구가 6일 뒤 의견을 밝혀온 만큼 논의 과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라면서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구의 주장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민 재공람을 하지 않은 것이 절차 위반이라는 강남구의 지적에 대해서도 "이 사안은 재공람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며 재공람 절차가 의무사항도 아니다"라며 "구와 함께 운영 중인 정책협의체에 조속히 참여해달라"고 촉구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답변서는 시가 강남구에 하는 사실상의 최후통첩"이라며 "강남구가 성실히 협의에 임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SH공사의 채무가 심각해 개발 비용을 절감하고 분양가를 낮추려면 환지방식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강남구는 환지방식이 끼면 개발이익이 사유화되고 외부 투기세력 개입 가능성이 있다며 서울시의 방침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에 서울시 관계자는 "지침상 기준이 1명당 환지를 660㎡까지 줄 수 있도록 돼 있어 강남구의 우려처럼 대규모 토지주가 과도하게 이익을 보는 상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강남구 주택과 관계자는 "이번 답변서에서 시 측은 대규모 토지를 매수한 토지주의 비리나 로비에 대한 질의에는 답도 하지 않아 재차 공개질의를 할 것"이라며 "환지방식을 끼고 논의하는 이상 정책협의체에 참여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강남구는 5월 관보에서 시의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아 대규모로 배포했고, 신연희 구청장은 외부 행사에서 구룡마을 환지방식 개발 도입 반대를 주장해왔다.

이에 시 관계자는 "관보 1면을 비롯해 절반가량을 시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아 주민 외에 곳곳에 배포하는 것이나 구룡마을과 상관도 없는 대입설명회 같은 행사에서 구청장이 단상에 올라 관련 발언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강남구 측은 "서울시 브리핑룸에서 기자설명회를 하려고 요청하면 구룡마을과 관계없는 사안인데도 시에서 제때 답을 주지 않는 등 애로가 있었던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서울시-강남구의 갈등이 지속하면서 2016년 말 완공 예정이던 구룡마을 개발 일정 자체가 표류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환지방식이 결정된 부분을 제외한 채 기본 계획만 겨우 짜는 단계다.

온라인에 여러 개의 커뮤니티가 개설돼 제각기 시나 구의 편을 드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한 커뮤니티 사용자는 "개발을 코앞에 두고 힘을 합쳐야 할 시기에 쓸데없는 소모전만 이어져 힘없는 주민들만 바람에 날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li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