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민간 분양시장을 교란시킨다는 평가를 받아온 보금자리지구에 대해 규모와 건립 주택 수를 축소하는 등 사업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수도권 최대 보금자리지구인 경기 광명·시흥지구 모습. 김동현 기자
정부가 민간 분양시장을 교란시킨다는 평가를 받아온 보금자리지구에 대해 규모와 건립 주택 수를 축소하는 등 사업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수도권 최대 보금자리지구인 경기 광명·시흥지구 모습. 김동현 기자
“주변 시세보다 더 싼 아파트가 공급된다고 하는데 누가 집을 사겠습니까. 주변 주택시장을 초토화시키는 등 ‘황소개구리’ 역할을 해온 광명·시흥지구가 축소된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입니다.”(경기 광명시 광명6동 안심공인 관계자)

경기 광명·시흥지구를 시작으로 보금자리지구 사업 조정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면적 축소와 가구 수 감축이 핵심이다. 아파트 용지를 줄이는 대신 연구시설 등 자족시설 용지를 늘려 자생력을 갖춘 자족도시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부동산 업계는 국토교통부가 최근 공공분양주택을 전용 60㎡(25평형) 이하 소형으로만 공급키로 하는 ‘보금자리주택 업무지침’을 개정한 데 이어 광명·시흥지구 사업 조정에 본격 나서고 있어 하반기 수도권 택지지구와 보금자리지구 사업 조정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업면적 축소…자족시설은 강화

[보금자리지구 출구전략 스타트] 4년째 표류 광명·시흥부터 수술…하반기 나머지 지구로 확대
광명·시흥지구는 제2경인고속도로가 동서로 지나가고 남북으로 목감천이 흐른다. 이곳은 시흥은계, 시흥목감, 광명역세권지구, 소하지구, 인천 서창2지구, 부천옥길 등 보금자리지구와 택지지구로 둘러싸여 있다. 부동산 시장이 장기간 침체 상태인 데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재정난까지 보태져 사업이 4년째 지연되고 있다.

새 정부는 보금자리지구 출구 전략의 하나로 가장 면적이 큰 광명·시흥지구 사업에 먼저 메스를 댄다. LH는 지구 면적을 1555만㎡로 기존(1736만㎡)보다 10% 줄이고 가구 수는 5만가구 정도로 당초(9만5026가구)보다 절반가량 줄이는 밑그림을 완성한 상태다.

지식산업센터(옛 아파트형공장) 대학교 연구소 문화시설 등 자족시설을 전체 면적의 20% 정도인 300만㎡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LH 사업조정실 관계자는 “신도시급인 광명·시흥지구가 개발되면 주변 택지지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며 “산업시설 수요를 대대적으로 확충하기 위한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성남고등 등 출구전략 본격화


국토부는 공공분양 주택을 소형으로만 짓고 저소득층을 위한 국민임대주택도 전체 가구의 30% 이상 원룸으로 건설하는 보금자리주택 지침 개정안을 시행하고 있다. 보금자리주택 업무지침과 광명·시흥지구 사업 조정을 바탕으로 나머지 지구에 대한 사업 구조조정 방향을 확정할 계획이다.

수도권 총 21개 그린벨트 해제 보금자리지구 중 사전예약을 받는 등 상당부분 사업이 진척된 시흥은계 등 보금자리 2차 지구까지는 큰 틀의 조정 없이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조정 대상인 3차 이후 보금자리지구는 지역과 사업성을 따져 10~30%까지 가구 수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성남고등 서울양원 하남감북 등 3차 지구 이후가 하반기 사업 조정의 주요 대상이다. 이들 지구에선 공공분양을 소형으로 공급하고 나머지는 임대로 채운다. 업계에서는 공급 물량의 80% 안팎이 임대로 조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H 관계자는 “앞으로 무주택 서민의 주거를 안정시키기 위해 보금자리지구에 임대주택 공급을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사업이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도 “임대주택 확충은 서울시의 기본 방침인 만큼 보금자리주택 중 임대 물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사업 조정이 가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보금자리주택 사업 조정을 적극 환영하고 있다. 그동안 저렴한 보금자리주택 대기 수요가 민간 분양시장에 악재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대형 건설사 마케팅 담당 상무는 “공공과 민간의 역할이 명확해지고 있는 만큼 다른 보금자리지구도 규모를 축소하고 건립 가구 수를 줄이는 대신 자족기능을 강화하는 등의 방향으로 사업 내용을 변경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진수/김동현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