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 대한 한국 사람들의 애착은 정말 남다르다. 자산관리를 시작할 때 대부분 첫 목표를 ‘내집 마련’으로 정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한다. 부동산이 자산증식에 가장 도움되는 투자 대상이라는 믿음도 크다. 지금까지 수익률 측면에서 실망시킨 적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을지는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006년 기준 국내 가계자산에서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7%에 달한다. 미국 일본 등은 같은 해 금융자산의 비중이 각각 67%, 61%로 부동산 위주인 우리와 큰 차이를 보인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가격은 과거와 비교해 상당히 오른 게 사실이다. 투기대상으로 보는 인식에다 정부의 미숙한 정책이 더해지면서 2000년부터 몇 년간 지나치게 올랐다. 이런 이유로 부동산 가격의 급락을 점치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물론 반대로 40~50대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하는 2018년까지 부동산 가격의 강세를 전망하는 사람들도 있다.

은퇴생활을 준비해는 사람들은 부동산이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노후 및 은퇴생활에 버팀목이 될 수 있을지를 고민해볼 시점이다. 부동산으로 은퇴생활을 영위하기에는 두 가지 위험이 따른다.

첫째 가격하락 위험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부동산 경기의 침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일본도 1990년까지 부동산 값이 급격하게 상승하다 1991년 이후 지금까지 장기하락세다. 지난 15년간 하락률이 50% 안팎에 달할 정도다. 이유는 1930년대 이후 태어난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본격화된 1990년도부터 경기침체와 고령화 문제에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베이비부머는 한국 전쟁 이후 10년 동안 출생한 지금 40~50대다. 이들의 은퇴가 마무리되는 2018년부터 고령 인구(65세 이상 인구)는 14%를 웃돌게 될 전망이다.

둘째는 유동성 위험이다. 은퇴생활 중에 예상대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될 경우 보유 부동산을 제때 현금화하기 힘들게 된다. 일본에서도 부동산으로 노후를 준비한 노인들이 현금화하지 못해 많은 고통을 겪었다.

물론 부동산 가격이 큰 폭은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오를 수도 있을 것이다. 수요와 공급 등의 기본적 요소 외에 여러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향후 부동산 가격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노후를 지나치게 부동산에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

따라서 매매가 어려운 상황이 전개돼도 생활비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노후생활비의 80% 정도는 연금상품 등 금융소득에서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도록 소득원을 다양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부동산 자산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면 10년 내에 부동산 투자 비중을 줄이는 것이 현명하다. 예전처럼 자산증식의 절대 수단으로 의존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공성율 < 국민은행 목동PB센터 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