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오리’ 신세였던 미분양 아파트가 ‘백조’로 거듭나고 있다. 정부가 9·10 대책을 통해 올해 말까지 미분양 아파트를 구입할 경우 취득세 50% 감면, 5년간 양도세 100% 감면(9억원 이하) 등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해 수요자들의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어서다.

최근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주요 아파트 공급원인 재개발·재건축 시장이 위축되면서 새 아파트 공급이 줄어든 것도 미분양 아파트 시장이 활기를 띠는 배경으로 꼽힌다. 공급부족에 따른 전셋값 상승세가 심해지면서 아예 중소형 규모의 미분양 아파트를 구입하려는 수요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분양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연구실장은 “정부가 미분양 소진을 위해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은 만큼 주택구입을 미뤄왔던 실수요자들이라면 이번 기회를 적극 활용할 만하다”고 말했다.

○세제혜택 호재…미분양 ‘햇살’

3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지역 미분양 아파트를 구입하는 수요자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실제 지난 6월에 분양한 GS건설의 ‘영등포 아트자이’ 아파트는 이달 들어서만 100여가구가 팔려나갔다. 총 836가구 중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291가구를 일반분양했던 이 아파트는 최초 분양 당시 18명만 청약해 당시 0.06 대 1이라는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던 단지다. 이곳은 3.3㎡당 평균 1780만원 선이던 분양가를 1600만원대로 내린 데 이어 정부의 양도세 감면 조치 등에 힘입어 분양률이 높아지는 추세다.

왕십리뉴타운2구역을 재개발한 ‘텐즈힐’도 미분양 대책의 후광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총 1148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일반분양이 512가구인 이 단지도 이달 100여가구가 소진됐다. 시공사인 GS건설 관계자는 “분양가를 3.3㎡당 200만원가량 낮췄고, 정부 대책도 맞물리면서 수요자들이 다시 찾는 분위기”라며 “최근 주말에만 10여가구가 판매됐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경우 입지여건이 뛰어난 유망지역이 많은 곳이어서 수요자들이 더욱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미분양은 청약통장이 필요 없는 데다, 원하는 동호수를 선택할 수 있고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는 장점이 있다”며 “평소 시장 분위기 같으면 미분양이 발생하지 않을 강남권 등 유망지역에서도 잔여 물량이 많이 있는 만큼 미분양으로 눈을 돌리는 수요자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례신도시에도 미분양 남아

상도동에 건설 중인 현대엠코의 ‘상도 엠코타운’은 지난 25일부터 입주가 시작된 단지다. 회사 관계자는 “양도세 취득세 감면 정책으로 현재 문의전화가 크게 증가하고 샘플하우스에 방문객이 몰리는 등 수요자의 관심이 높다”고 전했다. 전용면적 118㎡의 경우 취득세 혜택 적용 시 1900만원에 가까운 세금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전체 가구수 중 86% 이상이 9억원 이하로 구성, 해당 주택형의 경우 향후 5년 동안 발생하는 양도 차익에 대해 전액 세금 감면이 적용돼 이번 양도세, 취득세 정책 발표의 대표적인 수혜단지라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대우건설이 8월 서울 송파구 장지동 위례신도시에서 공급한 ‘위례신도시 송파 푸르지오’는 지금 현재까지 95%의 물량이 계약됐으나, 일부 잔여가구를 분양 중이다. 이 단지는 위례신도시 내 유일한 송파구 소재로 입지여건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내 입주 대상이 아니어서 취득세 감면 효과는 기대할 수 없지만, 양도세 혜택은 누릴 수 있다. 분양가가 평균 3.3㎡당 1810만원대(최저 1693만원)로 인근 강남 및 송파, 판교 아파트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높다. 지하 2층~지상 29층, 7개 동 규모에 전용면적 106~112㎡, 총 549가구로 지어진다.

대우건설은 또 신천동 ‘잠실푸르지오월드마크’ 잔여가구를 분양 중이다. 지하철2호선 잠실나루역과 2·8호선 환승역 잠실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으며 인근에 롯데월드, 롯데백화점, 석촌호수, 잠동초, 잠실중 등이 있다.

롯데건설이 분양 중인 서울 서초동의 ‘서초 롯데캐슬 프레지던트’는 서초 삼익2차 아파트를 재건축한 물량이다. 전용면적 84~149㎡ 규모, 총 280가구로 구성된다. 일반분양분(105가구) 중 잔여가구를 분양 중이다. 지하철 교대역과 강남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 뉴코아아울렛, 킴스클럽 등이 가깝다. 단지 인근으로 교대부속초, 서초초, 서운중, 서초고, 서울고 등 강남8학군의 명문학교가 밀집해 있다.


○비강남권도 다양한 혜택 ‘손짓’

대우건설은 개봉동에서 ‘개봉 푸르지오’를 분양 중이다. 전용면적 59~119㎡, 총 978가구로 일반분양분은 514가구다. 이 아파트는 최근 분양조건도 완화했다. 분양이 마감된 59㎡ 타입을 제외한 71㎡ 이상 주택형 잔여가구에 중도금 60% 무이자 조건을 추가 적용한다. 실수요자의 자금부담을 고려해 계약 시 1000만원을 납부하고 1개월 후에 나머지 계약금 차액을 낼 수 있도록 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9.10대책으로 문의전화가 평소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났다”며 “계약조건 완화까지 더해지면 최초 계약조건 대비 최대 1438만~2274만원의 분양가 인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과 두산건설은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16구역을 재개발한 ‘답십리 래미안 위브’를 분양 중이다. 총 2652가구 규모로 구성되며, 전용면적은 59~140㎡로 이뤄진다. 이 중 63%가 중소형으로 이뤄진다. 동대문구청, 롯데백화점, 이마트, 답십리초등학교 등이 가깝다.

현대건설이 서울 광진구 광장동에서 ‘광장힐스테이트’ 잔여가구를 분양 중이다. 지하철5호선 광나루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으며 인근에 양진초, 양진중, 광남초·중·고, 구의야구공원, 체육공원, 한강 등이 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