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 14일 세종시 이사…공무원의 걱정 "생활비 100만원 더 들어요"
오는 12월 말 세종시로 이전하는 국토해양부 A사무관(45·서울 화곡동)은 가계부만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매도 월 70만원을 넘을 것으로 보이는 적자를 메울 길이 없기 때문이다. 연말께 홀로 세종시로 내려가면 원룸 월세와 서울 왕복 교통비 등 추가 비용이 100여만원이나 발생해 적자를 면하기 어려워서다.

7급 공채 출신으로 올해 공무원 20년차인 A씨의 실수령액은 각종 수당을 포함해 월 평균 350만원. 두 아들(고교 1학년, 중학교 2학년)의 학원비를 번다며 인근 대형마트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아내의 수입(월 100만원)을 합하면 총 수입은 450만원이다.

A씨는 지난달 부식비·아파트 관리비 등 생활비 150만원에 부모님 용돈 50만원, 아이들 학원비 100만원, 보험료 40만원, 대출 이자 60만원, 경조사비 20만원 등 모두 420만원을 지출했다. 남은 돈은 30만원 정도다.

최근 그는 세종시 전셋값이 너무 올라 인근 조치원읍에 보증금 500만원, 월세 50만원짜리 33㎡ 규모의 원룸을 구했다. 월세에 전기료 등 각종 공과금 10만원, 주말 왕복 네 차례 KTX 이용료 13만원(주말 공무원 10% 할인), 부식비 등 기타 비용 30만원을 합치면 ‘기러기 생활비’는 월 103만원에 이른다. 자녀 교육 문제로 ‘두집 살림’을 하는 탓에 월 73만원 적자를 감수해야 할 처지다.

A사무관은 “지금도 살림살이가 빠듯해 줄일 것이 별로 없는 데다 학원비 등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적지 않아 상당 기간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하소연했다.

14일 일과 후 서울 세종로 중앙청사에 있는 총리실 직원 140명이 이삿짐을 꾸리는 등 정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이 시작된다. 11월 말부터 연말까지는 국토해양부 기획재정부 환경부 등 5개 부처 공무원 4100여명이 차례로 입주한다.

공무원노조 "月 20만원 이전수당 달라"

하지만 현지의 심각한 전세난과 자녀교육 등을 이유로 ‘나홀로’ 내려가는 공무원이 적지 않아 이들의 가정 경제에 빨간 불이 켜졌다.

총리실 14일 세종시 이사…공무원의 걱정 "생활비 100만원 더 들어요"
올해 옮겨가는 공무원 중 현재 다 지어진 세종시 첫마을 아파트 1·2단계를 분양받은 사람은 955가구에 불과하다. 당장 3100여가구가 전셋집을 구해야 한다. 세종시 첫마을 1단계는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췄고, 2단계 전세 매물도 80~90% 이상 계약이 끝난 상태다.

민간 아파트는 내년 8월에나 입주가 가능하다. 전셋값이 최근 한 달 사이 1000만원 이상 치솟고 전세 매물이 부족하자 상당수 공무원들은 A사무관처럼 원룸을 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세종시 이전 공무원에 대한 추가 수당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총리실 산하 세종특별자치시지원단과 행정안전부 등 관련 부처, 공무원노조연합회 등은 월 20만원 정도의 ‘이전수당’을 요구하고 있다. 이동춘 환경부 공무원노조위원장은 “이전이 코앞에 닥쳤지만 전셋집이 턱없이 부족해 일단 혼자 내려가는 공무원이 적지 않다”며 “혁신도시 이주 공기업 직원들에게 지원한 월 20만원 정도의 수당을 2년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산 확보 문제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재정부는 추가 수당에 부정적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대전 정부청사 등지로 그동안 공무원들이 이전했지만 이전수당을 지급한 사례가 없다”며 “형평성과 국민 정서 등을 감안해 다음주 수당 지급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론내리겠다”고 말했다.


세종=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