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도 보시고, 연못에서 다슬기 올챙이 도롱뇽과 함께 놀다보면 금세 주위가 어둑어둑해집니다. 어두워서 놀지 못한다고 서운해하지 마세요. 우리 마을은 밤이 더 신비로워요. 머리 위로 손을 올리면 잡힐 것만 같은 별을 한번 보세요.’

농촌건강장수마을로 선정된 충북 청원군 벌랏마을의 이장이 한 말이다. 농촌은 도시에 없는 특수한 것들이 있다. 전원에서 느끼는 여유와 편안함, 이웃과 나누는 정겨운 인정이 있다. 깨끗한 공기와 맑은 물, 비옥한 토양과 눈 안개 등과 같은 자연적 자원도 있다. 역사와 경관을 이루는 문화적 자원도 빼놓을 수 없다. 이처럼 농촌에만 존재하면서 사람이 정주할 심리적 가치를 줄 뿐 아니라 도시인에게는 관광할 가치를 제공하는 요소를 ‘농촌어메니티(rural amenity)’라 부른다.

현재 한국 농촌은 위기를 맞고 있다. 농촌의 가구 소득은 도시 근로자의 소득에 비해 현저히 낮고 농업 소득에만 의존한 상태에서 농촌의 경제적 자립은 매우 어려운 형편이다. 농촌 인구의 지속적 감소 역시 공동체적 삶의 터전으로서 농촌이 본연의 기능을 상실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농촌 발전에 대한 새로운 정책을 모색 중이다. 농촌 자원의 구체적 발현 형태인 농촌관광을 활성화시키는 농촌어메니티의 관광 상품화 전략이 바로 그것이다. 이것은 농촌만이 보유한 자원을 기초로 농촌의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방안이다. 농촌어메니티에는 고택, 능묘, 역사 인물의 묘와 같은 풍수적 자원도 있다. 이들은 신라 시대 이후 우리 민족의 기층적 삶에 깊은 영향을 끼쳐온 풍수지리와 깊은 관련이 있다.

이이 선생은 강릉의 오죽헌에서 태어났지만 잉태된 장소는 평창이다. 수운판관을 지낸 부친(이원수)이 살았다고 해 ‘판관대(판관이 살았던 집터)’라는 표석이 서 있다. 그곳은 조선 시대 강릉부에 속한 산자수명한 고장으로 흥정천이 ‘산태극 수태극’의 형세를 이뤄 동방의 성현이 잉태될 만한 장소이다. 해당 지자체는 판관대 터에다 이원수가 살던 옛 집을 복원할 예정이다. 향후 민간자본을 유치해 천재 명당임을 내세워 관광객을 유치하는 테마 관광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천재를 낳고 싶은 신혼부부라면 한번쯤 관심을 가질 파워스폿(기가 뭉친 장소)이다.

우리 농촌에는 역사 인물과 관련된 풍수적 자원이 다양하게 존재하니 이들을 적극 발굴해 관광자원화하면 지자체의 지역 특화뿐만 아니라 최근 트렌드로 떠오른 베이비부머들의 귀농·귀촌 행방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고제희 < 대동풍수지리학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