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면적 다이어트'…조합원들 "기존 집보다 작아도 좋다" 중소형 선택
전용면적 98~195㎡ 중대형으로 이뤄진 서울 서초동 우성1차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는 집 크기를 줄이는 재건축사업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 은퇴하거나 자녀를 분가시킨 주민 중 상당수가 넓은 집에 사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어서다. 우성1차 재건축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집 크기를 줄이겠다는 주민이 의외로 많아 면적을 기존보다 20% 감축하는 안이 담긴 설문지를 돌려 ‘축소 재건축’ 수요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1~2인 가구 증가, 베이비부머 은퇴 등의 영향으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에서 중소형 선호 현상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중대형을 중소형으로 설계 변경하거나 조합원들이 중대형 대신 중소형을 선택하는 현상이 작년에 나타난 데 이어 올 들어서는 기존 집보다 줄여 가거나 큰 집 1채 대신 작은 집 2채를 받는 ‘1+1 재건축’을 추진하는 곳도 나타나고 있다.

면적 축소 재건축이나 1+1 재건축을 추진하는 곳은 주로 서울 강남권의 전용 85㎡ 초과 평형이 많은 단지들이다. 지난달 정비구역 지정을 받은 도곡동 삼익아파트는 면적 축소 재건축을 확정한 상태에서 오는 8월 관련법 시행을 기다리고 있다. 삼익아파트 관계자는 “141㎡ 소유자 104가구 가운데 면적을 늘리겠다는 가구는 20가구에 지나지 않는다”며 “당초 면적 축소 가구를 56가구 정도로 계획했는데 더 늘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초동 우성1차, 반포동 반포1·2·4주구 등의 주민들은 1+1 재건축에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성1차 주민인 김모씨는 “중소형 2가구를 받아 1가구에는 직접 거주하고 1가구는 임대할 생각”이라며 “월세를 150만원 이상 받으면 노후 생활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 2월부터 허용된 1+1 재건축을 도입하면 종전 주택 지분 값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본인이 살 집과 전용 60㎡ 이하 임대용 주택을 배정받을 수 있다.

중대형 비중을 줄이는 설계 변경은 작년부터 일반화했다. 올 들어서는 서울 고덕주공6단지(상일동), 신길14구역(신길동), 염리3구역(염리동) 등이 중소형을 늘렸다. 신호준 GS건설 정비사업관리팀장은 “재건축·재개발사업의 90%가량이 설계 변경을 통해 전용 85㎡ 이하를 늘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진수/김보형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