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역삼동에 사는 A씨(65)는 최근 동네 이면도로에 있는 감정가격 90억원짜리 근린생활 빌딩을 경매로 75억원에 낙찰받았다. 양도소득세를 내고 나니 총 81억원이 들었다. 지상 6층, 연면적 1490㎡ 규모의 이 건물엔 허름한 식당과 마사지숍, 바 등이 들어 있었다. 그는 노후화된 이 빌딩을 그대로 운영할지 고민하다가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으로 바꾸기로 했다.

건물을 헐고 다시 지을 경우 상향된 용적률 기준을 적용받아 지상 13층, 연면적 2645㎡ 규모의 건물을 올릴 수 있다. A씨는 “건축비에 세금 등 부대비용을 감안해도 남는 장사”라며 “기존 빌딩을 그대로 두는 것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강남부자는 지금] 역삼동 A씨, 6층 빌딩 13층으로 리모델링 했더니
○노후 빌딩을 ‘수익형’으로

부동산 침체가 계속되면서 낡은 빌딩이 대거 급매물로 나오거나 경매 시장에 등장하고 있다. 안목이 있는 강남부자들은 최근 이를 싼값에 사들여 리모델링하거나 재건축하고 있다. 낡은 건물을 실속 있는 ‘수익형 부동산’으로 재탄생시키면 새건물을 매입하는 것보다 수익이 짭짤하다. 최근 서울 어린이대공원 인근에 상층부는 도시형생활주택이나 오피스텔, 1~2층은 상가로 리모델링한 근린 빌딩들이 줄지어 생겨난 것도 이런 이유다.

곽명휘 강남스타PB센터 팀장은 “지은 지 20~30년 정도 지나 노후된 빌딩을 눈여겨보라”며 “용적률 상향 기준을 채워 재건축하거나 리모델링하는 방식으로 수익률을 연 2%는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별로는 강남보다는 강북이나 서울 외곽지역 빌딩이 유망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같은 금액으로 강북에선 강남보다 규모가 1.5~2배 큰 매물을 살 수 있고, 30억원대면 대로변 빌딩 한 채를 매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팀장은 “강남에 자기 명의의 빌딩을 갖는다는 상징적인 의미 때문에 여전히 강남을 선호하긴 하지만 수익률 위주로 접근하는 것도 좋다”며 “공동으로 투자하는 것보다는 빌딩 전체를 단독으로 매입해야 재건축 등의 후속 절차가 간편하다”고 조언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상업용지 내에 있는 모텔도 소형주택 등 수익형 부동산으로 변신시킬 수 있는 좋은 매물”이라고 말했다.

[강남부자는 지금] 역삼동 A씨, 6층 빌딩 13층으로 리모델링 했더니
○리모델링으로 월세 수익 높이기

근린생활시설의 외관을 리모델링하거나 업종을 변경하는 것도 최소한의 투자로 수익률을 높이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1층에 허름한 식당이 있다면 커피전문점 등을 입점시켜 건물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수요층을 두텁게 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건물 전체의 임대료를 올려 받을 수 있다.

서울 신사동 이면도로의 3층짜리 노후 상가를 28억원에 사들인 후 1억5000만원을 들여 리모델링한 B씨도 그런 경우다. 리모델링 전 상가 보증금은 2억원, 월 임대료는 900만원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보증금 3억원에 월 1500만원의 임대료를 받고 있다. 약간의 공사로 수익률은 3.8%에서 6.6% 수준으로 높아졌다.

물론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없이도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시세 대비 월세 수준이 낮은 빌딩을 사들여 임차인을 새로 받거나 시세에 맞춰 월세를 올리는 것이다. 최근 한 대형마트가 입주해 있는 동탄신도시 내 모 근린상가 빌딩은 경매시장에서 감정가의 80% 가격에 낙찰됐다. 대형마트가 낮은 임대료에 들어와 있는 터라 현재 연 수익률은 6% 수준이다. 새 임차인을 들이거나 주변 시세에 맞춰 월세를 올릴 경우 수익률을 8%까지 높일 수 있다는 게 입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용적률 반드시 확인해야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목적으로 투자할 때 주의할 점도 있다. 우선 저층 빌딩의 경우 신축 시 용적률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는지 반드시 파악해야 한다. 용적률을 충분히 높일 수 없는 경우 빌딩을 리모델링한다 해도 수익률이 예상보다 낮을 수 있다. 부동산 경기가 여전히 나쁜 만큼 자금계획도 공실 등을 감안해 보수적으로 세워야 한다.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을 운영할 경우 경험이 없다면 외부 전문가에게 임대·관리를 맡기는 것도 좋다. 도곡동에 사는 B씨는 자신 소유 빌딩 상층부에 오피스텔 10실을 들여 직접 임대·관리에 나섰지만 임차료 수금이 생각만큼 잘되지 않아 마음 고생이 심했다. 참다 못한 그는 애써 지은 오피스텔을 없애고 건물 전체를 다시 근린생활 빌딩으로 바꿨다.

곽명휘 팀장은 “소형주택은 언제든 공실이 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선 분양 후 남은 물량만 직접 임대하는 것이 안정적”이라며 “자산 사정이 괜찮다면 인근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전속 관리를 맡기는 것이 가장 좋다”고 조언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