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에 보금자리주택지구 세 곳이 선정된 이후 재건축 대상 아파트들의 거래가 끊겼습니다. 호가도 2000만원 이상 떨어졌고요. "(서울 고덕동 삼성공인 관계자)

국토해양부가 5차 보금자리주택지구로 발표한 서울 고덕,강일3 · 4지구,과천지식정보타운 주변의 재건축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시세보다 낮은 보금자리주택이 공급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재건축 대상 아파트에 대한 매수세가 자취를 감추고 가격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일반분양가를 제대로 받지 못해 분담금이 늘어날까 우려하는 조합원들의 목소리도 높다.

◆보금자리 근처 재건축 '직격탄'

23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서울 고덕동과 경기 과천시 일대 재건축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시세 80% 수준에서 공급되는 보금자리주택이 재건축 일반분양을 어렵게 만들 것으로 우려되면서 가격 하락세가 두드러져서다.

고덕동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보금자리 발표 후 주공2단지 46.2㎡가 5억2000만원,3단지 59.4㎡가 5억9500만원으로 2000만원씩 호가가 떨어졌다. 고덕주공7단지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7단지 예상 일반분양가는 3.3㎡당 2500만원 수준"이라며 "보금자리주택이 이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공급된다면 일반분양 물량은 대부분 미분양될 게 뻔하다"고 우려했다.

과천지역 재건축 단지 아파트 값도 지식정보타운이 보금자리지구로 지정된 이후 하락세다. 과천 월드공인 김창석 대표는 "발표 이전보다 호가가 1000만~2000만원 하락했다"며 "2단지 59.2㎡가 7억2000만원대에 매물이 나오지만 문의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조합원 · 시공사 불안 고조

서울 강동권에서는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고덕시영을 비롯해 주공4단지 등은 일반분양가 책정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3.3㎡당 2000만원대 이상을 예상했지만 주변에 보금자리주택지구가 지정되면서 혼란에 빠졌다. 고덕지구의 한 시공사 관계자는 "재건축 아파트 일반분양가가 최소 2200만원대여서 보금자리 공급가 수준에선 시공이 불가능하다"며 "조합과 시공사 사이에 갈등이 불거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덕동 래미안공인 관계자는 "주변 재건축 단지 주민들 사이에 '대규모 시위라도 벌여 보금자리 지정을 최소화시키자'는 격앙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고덕2단지 조합원은 "9~10월께 시공사 선정이 예정돼 있는데 수익성 악화를 고민하는 건설사들이 입찰에 참여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사업을 수주한 건설사들은 손실을 우려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150~160%대의 무상지분율을 제공키로 한 시공사들은 엄청난 손실이 불가피하다"며 "고덕동 일대 재건축 사업은 상당기간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지분제 방식으로 공사를 따낸 건설사들은 상당한 손실이 예상된다. 지분제는 3.3㎡당 공사비 대신 조합원에게 무상으로 제공할 추가 지분을 미리 결정하는 방식이다. 시공사는 조합원에게 제시한 예상 이익만큼을 일반분양으로 충당해야 하는 구조여서 미분양이 많으면 그만큼 손실도 커진다.

박영신/박한신 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