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수도권에서 2년 전에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분양됐던 일부 뉴타운 · 재개발 아파트들의 웃돈(프리미엄)이 최고치 대비 55~70%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준(準) 강남권','용산 개발' 등의 재료를 믿고 경쟁적으로 매입에 나섰던 분양권 투자자들이 이제는 손절매 고민에 빠졌다는 게 중개업계의 설명이다.

13일 서울 용산과 흑석동 일대 중개업계에 따르면 전매제한이 없는데다 개발호재에 대한 기대감이 맞물려 분양에 성공했던 '용산 신계 e편한세상'과 '흑석뉴타운 센트레빌 1차'(조감도)의 웃돈이 요즘 입주시기를 맞아 당초 예상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2009년 7월 6억5460만~6억8900만원(4층 이상)에 분양된 흑석뉴타운 센트레빌 1차 전용 85㎡형의 경우 현지 중개업계에서는 입주 무렵에 8억원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일부 로열층 물량은 8억5000만원까지 호가할 것이란 기대도 적지 않았다. 사실상 '강남권'으로 평가받는 입지에다 지하철 9호선 개통,흑석뉴타운 중 가장 좋은 위치란 점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청약경쟁률도 평균 30 대 1에 이를 만큼 인기를 끌었다. 그해 추석 직후 웃돈이 1억3000만원까지 올랐다. 실거래가도 2009년 9월 7억5500만원을 찍었다.

그러나 이 단지는 작년 10월 호가가 6억7000만원으로 뚝 떨어졌다. 입주가 시작된 지난달 19일 무렵엔 매매가가 7억~7억1900만원에 그쳤다. 웃돈만 보면 2009년 9월 고점 대비 55% 떨어진 것이다.

용산 신계 e편한세상도 마찬가지다. 이 아파트는 2008년 '11 · 3 대책'으로 투기과열지구가 서울 강남3구로 축소되면서 분양권 전매제한 규제가 없어져 청약현장이 북새통을 이뤘다.

2008년 11월 분양 당시 용산 개발 재료에 '단기차익'을 노린 시중부동자금이 많이 몰렸다. 용산국제업무지구와 가깝다는 점 이외에는 입지여건이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한 상태였음에도 전용 85㎡형 분양가가 7억8500만~7억9600만원에 비싸게 매겨졌다. 그런데도 평균 1.5 대 1의 경쟁률로 1순위에서 마감됐다.

투기적 성격이 강했던 분양권 매입자들은 이 아파트 실거래가를 2009년 7월 9억1960만원까지 끌어올렸다.

이후 8억원 선으로 떨어졌다가 올 1~2월 8억1600만~8억4500만원으로 소폭 회복됐다. 1억2910만원까지 올랐던 프리미엄이 4000만원 수준으로 69% 하락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장이 상승 · 하락의 방향을 결정짓지 못할 때 투기장세를 보이며 형성됐던 웃돈이 정상 수준으로 돌아가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연구실장은 "분양권 시장과 기존 주택시장이 서로 선순환하면서 움직여야 웃돈도 안정적으로 붙을 수 있는데 최근 2~3년 사이 너무 가파르게 올랐다"며 "최근 경기상황에 맞게 조정되고 있는 측면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