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변 4개 전략정비구역 중 한 곳인 합정지구의 개발계획안에 대한 주민설명회가 18일 무산됐다. 주민들이 당초 원안보다 대상지역이 축소됐다며 반발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주민설명회 장소인 서울 대흥동 마포아트센터 아트홀은 700여석 자리가 주민들로 꽉찼다. 하지만 설명회는 시작도 하지 못했다. 마포아트센터 앞에서 서울시 계획안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원안 사수"를 외쳤다. 주민들과 서울시 직원들 간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합정지구가 지역구인 서울시의회 민주당 소속 채재선 의원이 중재에 나섰지만 효과가 없었다. '원안 사수' 플래카드가 설명회 단상을 점거했고 주민들은 "오세훈 시장이 직접 와서 설명하라"고 외쳤다. 설명회를 주관한 권창주 서울시 건축기획과장은 이에 따라 "오늘은 설명회를 하지 않겠다"며 관계자들을 철수시켰다.

주민들이 서울시 개발계획안에 이처럼 강력하게 반대하는 이유는 2년 전 서울시가 제시한 밑그림과 지난달 발표한 내용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2009년 합정전략정비구역 개발계획을 발표하면서 이 지역에 최고 50층 높이의 빌딩과 평균 30층 높이의 아파트를 짓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달 발표한 계획에선 합정역(2호선)과 상수역(6호선) 인근만 상업지구로 지정하고 절반이 넘는 면적은 사실상 개발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의 자생개발로 축소시켰다.

합정전략정비구역(당인리발전소 제외)도 당초 36만8624㎡였으나 55.6%에 이르는 20만5212㎡가 제외됐다.

공청회에 참석한 주민 박모씨는 "잘 사는 동네인 여의도 · 이촌지구는 용적률을 더 높여주고 못 사는 동네인 합정동은 더 낮추는 서울시의 정책을 이해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 김모씨도 "서울시 발표를 믿고 투자에 나선 사람들은 모두 억대의 손해가 불가피한 형편"이라며 "서울시 발표조차 못 믿으면 뭘 근거로 투자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서울시는 주민설명회를 다시 개최할지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이다. 권 과장은 "원칙적으로는 주민설명회를 열지 않아도 된다"며 "주민들이 원하지 않으면 개최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구 추가지정에 대해선 "주민 의견을 반영해 밑그림을 그려 나갈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