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가 돼야 가격도 매겨질텐데….입주가 코 앞인데 호가가 분양가보다 5~10% 정도 낮게 형성돼 입주예정자 건설사 모두 안절부절 못하고 있습니다. "( O공인중개사사무소)

9일 경의선 복선전철 탄현역 2번 출구 인근 고양시 덕이지구.이달 말부터 내달까지 5000여채가 입주하는 이곳엔 시세보다 싼 분양권 매물이 적지않게 나와있다. 매수세는 자취를 감췄고 전세를 찾는 전화만 이따금 걸려올 뿐이었다.


◆침체 지속하는 고양 · 파주

입주를 마친 고양과 파주의 아파트 단지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집값은 0.14% 올랐지만 고양시는 0.03%,파주시는 0.02% 내렸다. 이달 들어서도 약보합세가 이어졌다. 지난 7일 기준으로 직전 주에 비해 고양시는 0.01% 내렸고,파주시는 보합이었다.

탄현지구 인근 D공인 관계자는 "2~3개월 전보다 매수세가 더 약해졌다"며 "전세 대체 수요 덕분에 20평대는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30평대 이상은 급매물이 아니면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전했다. 김주철 닥터아파트 리서치팀장은 "서울과 가까운 화정 · 행신지구 등은 중소형 매수세 덕분에 최근 두 달 사이 0.05~0.06% 매매가가 오르는 등 강보합세지만 나머지 지역에선 수요자를 찾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전세난으로 밀려난 세입자들의 수요로 전셋값은 강세지만 상승률은 수도권 평균을 밑돌고 있다. 지난달 수도권 평균 전셋값은 0.49% 올랐지만 고양시는 0.14%,파주시는 0.21% 상승에 그쳤다.

아파트 경매시장도 썰렁하다. 경매정보업체인 굿옥션에 따르면 작년 11~12월 수도권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80.2%였지만 파주시는 72.7%,고양시는 76.8%에 불과했다. 이수전 굿옥션 서울지사장은 "최근 낙찰가율이 다소 상승하고 있지만 수도권 평균에 못 미친다"며 "경매물량이 많은데다 집값 전망도 불확실해 2회 이상 유찰돼야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매물소화 거쳐야 반등"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고양 · 파주 주택시장의 사정이 크게 나아지지 않는 것은 최근 몇 년 사이 이뤄진 대규모 분양의 후유증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일산신도시 주변에 가좌 · 대화 · 식사 · 탄현지구,파주시 운정 · 교하지구 등 10여개 택지개발지구가 들어서 있고 개발예정 지역도 3~4개나 된다. 최근 입주했거나 입주를 시작하는 식사지구와 덕이지구의 총 물량 1만2000여채 중 20~30%가 미분양일 것으로 현지 부동산중개업소는 추정하고 있다.

대규모 입주는 상당 기간 이어진다. 고양 덕이지구 신동아파밀리에 3316채,파주 운정지구 휴먼시아 1062채 등 9959채가 11월까지 입주한다. 12월부터는 2만2126채에 이르는 고양 삼송지구가 순차적으로 집들이를 한다.

박종덕 에스크베리타스자산운용 부동산투자부문장은 "서울 은평뉴타운에서 고양을 거쳐 파주 교하 · 운정지구로 이어지는 수도권 북서권은 수요와 무관하게 개발된 측면이 있다"며 "매물이 어느 정도 소화돼야 집값 반등세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