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상권지도가 바뀌고 있다. 국내 1,2위를 다투는 명동과 강남역 상권에서는 역전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다. 명동 상권은 2000년대 들어 한발짝 앞서 나가던 강남역 상권을 제치고 부활했다. 중국 일본 등 외국 관광객들의 쇼핑 열기와 전 세계 패션업계를 장악한 제조직매형 의류(SPA) 매장들이 명동을 글로벌 상권으로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임대료 수준과 매출 면에서 명동 상권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게 상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2008년 전후 삼성타운 입주를 호재로 최고치를 보였던 강남역 일대 상가와 오피스 임대료가 앞으로 하향 조정될 전망"이라며 "백화점과 같은 대형 집객시설이 없고 원스톱 쇼핑이 힘든 강남역에 비해 명동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강남 압구정동 일대에서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압구정동과 신사동 접경지역인 가로수길이 2007년 이후 대약진하면서 전통 황금상권인 압구정동을 압도하고 있다. 가로수길로 유동인구를 빼앗긴 압구정역 일대에는 성형외과가 몰려들어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강북에서도 한때 대학가 상권의 쌍벽을 이루던 '홍대앞'과 '이대앞'의 상권 경쟁에서 '이대앞'이 힘을 잃었다. 이화여대역에서 이대 정문에 이르는 핵심 도로 한가운데에 집단상가가 들어서면서 상점가의 허리가 잘렸기 때문이다.

인사동과 삼청동의 고객 쟁탈전에서도 승패가 갈리고 있다. 인사동이 전통문화라는 정체성을 잃어가는 사이에 삼청동은 전통과 현대를 융합한 문화 코드로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장영학 뚜레쥬르 사업부장은 "인사동에 중국산이 범람하고 저가 화장품 매장들이 늘어나면서 갤러리 공예점 등 문화 코드를 담은 가게들이 삼청동으로 옮겨갔다"고 말했다.

영등포에서는 르네상스가 일어났다. 상권 부흥의 주역은 경방 타임스퀘어.정통 복합몰을 표방하는 타임스퀘어는 '고령화'로 접어든 영등포 상권에 '젊은 피'를 공급했다. 37만㎡(11만2000평)의 거대한 상업공간에 들어선 백화점과 대형마트 영화관 호텔 등을 통해 10대에서 50대까지 폭넓은 고객층을 형성하고 있다. 반면 인접한 목동 오목교 상권은 목동에 국한한 지역 상권으로 고착되고 있다.

외식업체 더본코리아의 서정욱 본부장은 "타임스퀘어의 등장으로 현대백화점을 필두로 한 오목교 상권이 광역화 가능성이 줄어들어 목동지역 주민들의 쇼핑 · 외식 공간 역할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