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과 9호선 신논현역 일대 강남대로변이 젊은 직장인들의 쇼핑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 지역은 커피전문점이나 중저가 화장품 매장이 대부분이었지만,최근 대로변 건물 1층에 패션 매장들이 앞다퉈 간판을 달고 있다.

지난 8월 금강제화 부근에 자라 매장이 들어선 데 이어 최근엔 지오다노 인근에 미쏘가 문을 열었다. 스페인 인디텍스에서 자라에 이어 국내에 새로 론칭하는 마시모두띠도 커피전문점 투썸플레이스 자리에 매장 공사를 진행 중이다. 패스트패션 브랜드 외에 패션잡화 레스포색,남성복 에스티코(STCO),속옷 브랜드 리바이스바디웨어 등이 새로 문을 열었다. 강남대로를 따라 9호선 신논현역과 7호선 논현역 사이에도 영국 캐주얼 브랜드 슈퍼드라이와 아웃도어 헨리한센 매장이 들어섰다.

◆유명 패션 브랜드 집결

패션 브랜드들이 강남역에 속속 입성하는 것은 서초동 삼성타운에 이어 신논현역 개통을 계기로 구매력 있는 젊은 직장인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이나 퇴근길에 들러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중저가 패스트패션 브랜드들이 인기다. LG패션의 패스트패션 브랜드 TNGT도 지난해 말 강남역 부근에 660㎡(200평) 규모의 매장을 냈다. 하루 평균 200여명이 방문해 1000만원어치를 사간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2007년 문을 연 유니클로 강남점의 월평균 매출은 16억원으로,전국 53개 매장 가운데 명동점에 이어 2위다. 660㎡(200평) 규모로 시작해 장사가 잘되자 작년에 지하 1층까지 확장해 1089㎡(330평)로 늘렸다. 명동점이 1848㎡(560평)에서 월평균 20억원을 올리는 것과 비교하면 강남점의 평당 매출이 훨씬 높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강남점의 주요 고객층은 20대로 한 주에 여러 번 매장을 방문해 쇼핑하는 특성이 있다"며 "다른 매장과 비교해 신제품 매출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강남역 대로변에 패션점들이 몰리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글로벌 쇼핑 명소인 명동 일대가 이미 포화상태여서 명동에 버금가는 대체 입지로 강남역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강남역 일대의 하루 유동인구는 평일 20만명,주말엔 4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패션업체들은 추산하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강남역 부근 대로변의 1층 매장 임대료가 330㎡ 기준 30억~40억원 수준으로 부담스럽지만 이 일대 매장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플래그십 스토어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유동인구도 많아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지하상가도 백화점식 리모델링

강남역 지상에 패션 업체들이 잇달아 둥지를 트는 것과 발맞춰 지하상가도 대대적인 변신에 나섰다. 지난 8월 말 영업을 종료하고 매장을 비운 뒤 9월부터 일제히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갔다. 195억원의 공사비를 들여 10개월간 공사한 뒤 내년 7월 새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총 면적 1만2099㎡(3600평)의 지하상가 안에는 214개 점포가 영업해 왔다. 상가 면적은 3784㎡(1100평).강남역 지하상가 운영업체는 강남역지하쇼핑센터㈜다. 상인들이 지분을 투자한 법인으로 일반 경쟁 입찰을 통해 10년간 상가 운영권을 서울시로부터 따냈다.

윤종회 강남역지하쇼핑센터 대표는 "코엑스몰을 능가하는 인테리어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점포 수와 매장 면적은 리모델링 이전과 동일하지만 점포 디자인을 통일시켜 마치 백화점 매장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줄 것이라고 윤 대표는 강조했다. 그는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재개장하면 중 · 고가 유명 브랜드 위주로 형성된 지상의 상가와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해 소비자 유인효과가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점포 면적을 제외한 나머지 8315㎡의 공간도 쾌적하게 꾸민다는 게 운영업체의 구상이다. 보행 통로를 충분히 확보하고 출구마다 색깔을 달리해 동선을 편리하게 할 방침이다. 쇼핑객을 위한 휴식공간을 330㎡(100평) 정도 확보하고 공연장 · 이벤트홀도 새로 만들 계획이다.

안상미/강창동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