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리비아 경제협력대표부가 갑자기 폐쇄되는 등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이었습니다. 특히 리비아에 대한 국내 언론의 비우호적인 언어들이 리비아 정부를 자극한 것도 사실입니다. "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60 · 사진)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우건설 본사에서 가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급박했던 당시 리비아 현지상황을 생생하게 전했다.

지난 3일 공사수주를 위해 리비아를 찾았던 그는 "국교 단절이라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치달을 뻔한 과정에서 우리 정부와 현지 기업인들의 긴밀한 공조가 없었다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을 것"이라며 "특히 특사로 파견된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이 사태 악화를 혼신의 힘을 다해 막았다"고 말했다. 리비아 정부 측에서도 우리 정부가 특사를 파견해 사태 해결에 나선 것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서 사장은 1979년과 1988년 두 차례에 걸쳐 7년 가까이 리비아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어 건설업계에서는 '리비아통'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30년 이상 리비아 현지인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리비아에 나가 있는 국내 기업들도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서 사장은 물론 현대건설과 대한통운의 현지 본부장 등 기업인들이 모여 이 의원에게 사태 해결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리비아 사정에 밝은 국내 기업들이 이번 사태 해결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그는 "이 의원이 현지 진출 기업인 대표단을 초청해 각종 애로사항 및 사태 해결 방안에 대한 의견을 묻고 꼼꼼하게 메모하는 등 기업인들의 조언을 경청했다"며 "또 현지 건설현장을 방문해 직원 및 현장 근로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서 사장은 이 의원에게 "30년 전 수교 이전부터 돈독하게 쌓아온 신뢰관계가 이번 사태로 와해되면 안 된다는 조언을 했다"고 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진상 조사 후 해결책을 모색한다'는 구두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고 서 사장은 전했다. 그는 "싸우는 사람들이 함께 해결책을 생각해 보자는 얘기를 하겠냐"며 "서로 간에 화해할 의지가 있기 때문에 그런 말이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 사장은 당시의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그동안 쌓아온 신뢰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볼 때 양국관계에 대해 낙관한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특히 리비아 현지의 지인들로부터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며 "오히려 이번 사태로 인해 양국 간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반응을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번 사태가 현지에 진출한 건설업체에까지 불똥이 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 사장은 "리비아는 대우건설이 30년 전부터 신시장 개척을 위해 신뢰관계를 쌓아온 중요한 시장"이라며 "국내 선발업체들의 피땀어린 노력이 최근 후발업체들의 현지 진출의 발판이 됐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중동국가의 특성상 업무처리에 신중한 편인 만큼 급속한 해결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이어 "더 이상 양국 관계가 불편해지지 않도록 양국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고,국내에서도 리비아 정부를 자극하는 비우호적인 반응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