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매매 약세, 전세는 보합" 전망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 가질만

올 하반기에도 집값 전망은 밝지 않다.

거시경제지표 개선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는 올해 하반기까지 가격 하향 안정세와 거래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3분기 이후 금리 인상 가능성이 크고 수도권 미분양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10월 이후 계속될 수도권 보금자리주택 공급도 집값을 끌어내릴 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내집마련 수요자라면 급매물을 노려볼 만하다고 조언한다.

집값 하락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싼 매물을 미리 선점하라는 것이다.

◇매매 '약세'..전세 '보합' 전망 = 하반기 집값과 관련한 건설관련 민간 연구소의 전망은 '하락' 일색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지난 15일 내놓은 '2010년 하반기 주택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주택 매맷값이 수도권에서 3.1%, 서울은 2.8%, 전국적으로 2.4%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반기에 국내경기가 회복되더라도 미분양 적체와 세제 및 금융규제로 거래 침체의 골이 깊어진다는 것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지난 23일 보고서를 내고 "지난해 10월부터 실물경기와 부동산 경기의 탈동조화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면서 "실물경기가 상승하더라도 수도권 외곽에 적체된 미분양과 수도권 택지개발지구 물량 등을 감안할 때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주택시장의 최대 변수로 3분기에 단행될 금리 인상 가능성과 정부의 주택경기 부양책을 꼽는다.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하반기 금리 인상이 예고된 가운데 정부의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은 집값 불안을 우려해 소극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며 "당분간 집값 상승을 견인할 원동력이 없어 약세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연구소장도 "최근 집값 하락세는 장기 호황 사이클이 마무리된 뒤 나타나는 침체기"라며 "집값이 큰 폭으로 하락한 분당, 용인 등을 제외하고 아직 집값이 덜 빠진 강남권, 강북권, 여의도 등은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에 파주, 고양, 남양주, 광명시 등에 각각 1만 가구 이상 새 아파트 입주물량이 쏟아지고, 오는 10월 3차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과 12월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 본 청약이 시작되는 점도 집값 하락세를 부채질할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같은 큰 폭의 하락세는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하반기 금리 인상폭이 0.25%포인트 안팎으로 제한되면 주택시장 자체에서 소화가 가능하고, 8월 말 발표될 세제개편 등을 통해 거래 활성화 정책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매매가격은 급락 없이 소폭의 하향 안정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세시장도 올 하반기 들어 입주물량이 늘면서 약보합세를 점치는 시각이 많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총 30만2천여 가구로 지난해(28만1천여 가구)에 비해 2만여 가구 증가하고, 수도권 역시 17만1천여 가구가 입주해 지난해보다 1만5천 가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이에 따라 하반기 아파트 전셋값은 서울 0.2%, 수도권 0.1%, 전국적으로는 0.1%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지역별로 국지적인 상승세도 예상된다.

박원갑 연구소장은 "가을 이사수요가 움직이는 8월 말~9월 사이에 소형 아파트 전세는 공급 부족이 나타날 수 있다"며 "서울시내 재건축, 재개발 이주 수요가 대기 중이고, 보금자리주택 대기 수요로 인해 전세 수요가 늘어난 것도 가격 불안 요인"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대규모 입주물량이 대기 중인 수도권과 강북지역은 약세, 입주량이 적은 강남 등 한강 이남과 강서권은 일부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반기 '급급매물' 노려볼 만 = 그렇다면 과연 집은 언제 장만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내집마련을 계획 중인 실수요자라면 올 하반기에 나오는 급매물보다도 싼 '급급매물'을 노려볼 만하다고 조언한다.

내년 상반기부터 집값이 상승세를 탈 경우에 대비해 싸고 좋은 매물을 미리 선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신한은행 PB사업부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하반기 집값이 하락하더라도 경제 펀더멘탈, 주택 대기수요 등을 고려할 때 2008년 금융위기 당시만큼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또 "하반기 금리 인상을 계기로 2006년 이전에 집값의 70~80%까지 대출받았던 사람들이 싼값에 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며 "꾸준히 발품을 팔면서 이런 매물을 구입하는 것이 괜찮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내년에는 입주물량 감소로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보다 가격이 10%가량 더 떨어지면 매수 적기로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아파트 대신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김규정 본부장은 "최근 아파트 가격이 약세를 보이면서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가격이 많이 떨어진 소형 오피스텔이나 원룸, 근린상가 등을 찾아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