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안고 가느니 싸게 파는 게 낫다' 인식 확산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 단지 잇따라 등장

아파트 분양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건설사들이 자발적으로 분양가를 주변 시세보다 낮추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미분양 물량을 떠안고 가는 것보다 분양가를 내려서라도 하루빨리 처분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SK건설은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에 지은 'SK 스카이뷰' 3천498가구의 분양가를 3.3㎡당 1천150만원으로 책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는 이달 초 수원시가 승인한 분양가(3.3㎡당 1천167만원)보다 17만원 낮은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공급 가구 수가 많고 주택경기도 좋지 않아 분양가를 승인가격보다 낮춰 공급하게 됐다"며 "인근에 신규 분양된 아파트의 분양가에 비해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말 현대산업개발이 분양한 권선구 권선동 아이파크의 전용 85㎡형 3.3㎡당 기준층 분양가는 1천225만원이었고, 올해 1월 현대건설이 선보인 장안구 이목동 현대힐스테이트는 1천217만원이었다.

SK건설은 이보다 가격을 더 낮춘 셈이다.

현대건설도 오는 15일 1순위 청약을 받는 서초구 반포동 힐스테이트의 분양가를 3.3㎡당 2천980만~3천120만원으로, 반포 자이와 반포래미안퍼스트지보다 20%가량 싸게 책정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아무리 입지가 좋아도 가격이 비싸면 팔리지 않는다"며 "높은 가격으로 미분양되는 것보다 싸게 빨리 처분하는 게 금융비용을 고려하면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또 대림산업은 지난 6~9일 청약을 받은 대전 동구 낭월동 '남대전 e편한세상'의 84㎡형 분양가를 3.3㎡당 580만∼620만원까지 낮춰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대전 신도안 지구에서 분양된 민간 아파트의 3.3㎡당 가격이 평균 870만원 선으로 900만원을 육박한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이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분양을 준비 중인 업체들은 가격 책정에 고심하고 있다.

동아건설은 내달 초 용산 원효로1가에서 공급하는 주상복합아파트 '더 프라임(66~165㎡형)' 559가구의 분양가를 주변 시세보다 500만원가량 낮은 3.3㎡당 평균 2천200만원대로 책정할 예정이다.

동아건설 관계자는 "용산 더 프라임은 2008년 3월 경영정상화 이후 수도권에서 분양하는 첫 사업이어서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가격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하순 파주 교하신도시에서 아파트 823가구를 분양하는 한라건설은 분양가 상한제 심의가보다 낮춰 최대한 주변 시세와 비슷한 수준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한라건설 관계자는 "표준건축비와 택지비 기간 이자 등을 감안한 분양가 상한제 가격이 3.3㎡당 1천150만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1천90만원 전후로 낮출 계획"이라며 "공정이 20% 가까이 진행된 것을 감안하면 주변 시세보다 높은 게 아니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경기 침체와 부실 건설사 구조조정 및 값싼 보금자리주택 공급의 영향으로 건설사들의 분양가 인하 움직임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최근 분양에 성공한 아파트의 공통점은 입지와 가격 경쟁력"이라며 "하반기는 집값이 더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건설사도 가격 인하 등 자구노력을 병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