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 아파트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집값 하락 전망이 우세해진 것이 배경이다. 주택 투자로 차익을 얻기 힘들어지자 임대 아파트를 택하는 수요자가 늘어났다. 내 집처럼 살다가 일정 기간 후 매입 여부를 결정하는 보금자리주택 10년 · 분납임대나 서울시 시프트(장기전세주택) 및 건설업체 임대주택 등으로 임대 아파트 선택의 폭이 넓어진 점도 관심을 끄는 요인이다.

◆실수요자 몰린다

23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2차 보금자리주택 특별공급 사전예약 마감 결과 미달 사태를 빚은 경기권 보금자리주택 중 조기 마감된 아파트 8개 유형의 4개가 임대였다.

구리 갈매의 S-1블록 59㎡ 10년임대가 1.5 대 1의 경쟁률을 보인 것을 비롯해 신혼부부 특별공급의 남양주 진건 A-3블록 59㎡ 10년임대(1.6 대 1),A-4블록 59㎡ 분납임대(1.7 대 1),부천 옥길 B-1 74㎡ 10년임대(1.4 대 1)가 청약이 끝났다. 경기권 보금자리가 인기를 끌지 못했음을 감안하면 임대 수요가 많다는 증거다. SH공사가 지난 3월 서울 상암 · 은평 · 왕십리 등에서 공급한 시프트는 평균 5.0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민간분양 시장에서는 인기가 시들해진 85㎡ 이상 중대형에서도 임대 아파트는 선전하고 있다. 보금자리주택 여파와 공급 초과로 '분양시장의 무덤'으로 일컬어지는 김포에서 중흥건설이 1000채 이상을 공급한 임대아파트 S-클래스는 현재 계약률이 72%에 달한다. 비슷한 시기 분양한 자연&힐스테이트나 래미안 등 유명 브랜드의 분양률은 35~50%로 알려져 있다. 작년 9월 남양주 진접에서 공급된 부영건설 임대아파트 '사랑으로 부영'도 거의 완료됐다.

미분양 물량이 쌓인 지방에서도 임대 주택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최근 경북 안동 송현단지(476채)와 구미 구평단지(198채),청도 범곡단지(236채),경주 건천단지(127채) 등 4개단지 국민임대 1037채 입주자 모집을 최근 100% 완료했다.


◆임대에 관심 쏠리는 이유는

임대 아파트가 최근 각광받는 이유는 불안한 집값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분양 물량이 많은데다 보금자리주택 공급과 수도권 입주폭탄 등으로 당분간 집값 하락세가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새 집을 분양 받거나 기존 주택을 사들일 경우 손해 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우려되면서 임대 아파트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임대 아파트가 마감재 수준이 크게 좋아지고 △커진 평형 △10년 · 분납형 · 전세형 등 다양한 형태의 공급 △생활보호자용이라는 인식 개선 등도 수요 촉매제로 지적된다. 10년 · 분납형임대는 일정 기간 집값을 나눠 낸 후 내 집으로 만들 수 있고,시프트는 최장 20년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어 사실상 내 집으로 인식된다.

조민이 스피드뱅크 조사팀장은 "집값 하락세와 임대 아파트 유형 다양화로 임대에 눈을 돌리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며 "민간 건설사들이 투자비 회수가 늦은 임대를 많이 짓지 않고 있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2007년 말 기준 국내 임대 주택 비중은 3%로 프랑스(29%) 스웨덴(29%) 영국(18%) 독일(20%) 일본(10%) 등에 크게 밑돌고 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