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권 값 추락…'마이너스 2억'에도 안팔려
부동산 시장과 분양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분양권 가격도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1~2년 전 높은 경쟁률 속에서 공급된 수도권 택지개발지구 및 서울지역 재개발 아파트의 분양권에도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었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전 고분양가로 공급된 일부 아파트는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2억원에 달한다.

◆고분양가 · 입주폭탄에 분양권값 속락

10일 주택업계와 중개업계에 따르면 올해 미분양 주택 양도세 한시감면 혜택으로 연초까지 보합세를 유지했던 서울 · 수도권 분양권 시세가 지난달 하락반전됐다.

입주가 다가오고 택지지구 내 전매 제한이 풀리면서 대규모 매물이 쏟아지는 데다 올 들어 분양가가 저렴한 보금자리주택이 집중 공급되고 있는 것도 분양권값 하락세에 한몫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인천 청라지구에서는 지난달부터 분양권 하락폭이 커지자 계약금을 손해보더라도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어 시행사와 건설사들이 난감해하고 있다.

인천 경서동 N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2년 전 청라지구 첫 분양 때 많은 인기를 끌었던 일부 아파트들은 다음 달 입주를 앞두고 180㎡형의 경우 분양가보다 5000만~9000만원까지 떨어졌다"며 "시세차익을 노리고 뛰어든 투자자들 가운데 일부는 시행사에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사례까지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용인 성복 · 신봉지구도 분양권값 하락세가 가파르다. 신봉동 S공인 관계자는 "2년 전 고분양가 논란 속에 공급됐던 일부 대형 아파트들은 최근 5000만~6000만원씩 내렸다"며 "상하동 '임광그대가' 192㎡형은 7억8000만원으로 2억원 떨어졌다"고 전했다.

파주신도시 분양권도 거래 부진 속에 가격 하락폭이 확대됐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지난달 분양권 가격 하락률이 1.55%로 수도권에서 가장 높았다. 내달부터 7개 단지 6500여채의 물량이 완공 예정이어서 잔금 마련이 어려운 투자자들 중심으로 매물을 내놓고 있다.

교하읍 남양휴튼 149㎡B형의 경우 지난달 1500만원이 떨어졌다.

◆은평 · 서대문 등 재개발 분양권 값도 '뚝'

분양권 값 추락…'마이너스 2억'에도 안팔려
서울에서도 서대문 · 은평구 등 재개발 사업지역에서 나오는 분양권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재개발 · 재건축 단지는 같은 단지라도 조합원 입주권 값이 일반 분양분보다 낮다. 이에 따라 일반 분양권은 매수세가 형성되지 않아 조합원 입주권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북가좌동 가재울래미안 e편한세상 110.34㎡A형은 최근 1500만원 낮은 5억2000만~6억원 선에 호가가 형성됐다. 은평구 불광동 북한산힐스테이트3차(3구역) 110㎡형도 4억6000만~5억원으로 1000만원 내렸다.

주변에 북한산래미안 등 2000여채가 곧 입주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 매물 요인으로 작용하며 낙폭을 키우고 있다고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는 설명했다. 은평뉴타운 2지구 입주 물량도 분양권 시세를 끌어내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금융위기 이후 주택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양도세 한시 면제 제도를 시행하는 바람에 분양권 시장은 비교적 타격이 작았다"며 "하지만 올해는 입주 물량도 많고 보금자리주택 등의 여파로 매수기반이 취약해져 하락세가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