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동에 사는 유치원생 오모군(7)은 매일 오전 8시에 일어나자마자 영어문장을 읽는다. 영어유치원에서 매일 시험을 보기 때문에 미국 교과서에 나온 문장 10~15줄을 반드시 외워야 한다. 아침식사를 한 후 9시까지 유치원으로 간다. 오군은 5살 때부터 영어유치원에 다녔다. 압구정에 사는 아이들은 대부분 1년은 영어유치원을 다니고,1년은 한국어 실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일반 유치원을 다닌다. 오군은 '영어는 꾸준히 해야 한다'는 어머니의 고집으로 영어유치원만 계속 다니고 있다. 이곳에서는 영어로 수학과 과학도 가르친다. 오군은 'ECC'라는 영어유치원에 다니는데 어머니는 'GATE'라는 영어유치원으로 옮길까 고민 중이다. GATE는 지능지수가 높은 상위 5% 아이만을 뽑아 가르치는 곳.수업료가 50만원가량 비싸지만 아이의 꿈을 키워주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게 장점이다. 예를 들어 아나운서가 꿈인 아이는 유치원 안에 설치된 데스크와 카메라를 통해 미리 자신의 꿈을 그려볼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오후 3시15분께 유치원 시간이 끝나면 3시30분부터 피아노 학원에서 한 시간 동안 교습을 받는다. 수요일에는 피아노 대신 중국어를,금요일에는 미술을 배운다.

이후 5시에 시작하는 영어 스피킹 과외까지 남는 30분 동안에는 유치원 숙제를 한다. 미국 교과서 문장 받아쓰기다. 스피킹 과외에서는 동시통역사인 고모가 와서 놀아주면서 영어 말하기 실력을 키워준다.

목요일에는 영어 스피킹 대신 수학학원에,금요일에는 축구교실에 간다. 오군이 다니는 수학학원은 '10-1=9'라는 사실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사과가 몇 개 있고 …" 등 풀어서 이야기를 하도록 하는 소위 '사고력 수학'을 가르친다.

저녁을 먹고 7시부터는 어머니와 함께 영어 동화책을 읽고 무슨 이야기였는지,어떤 점을 느꼈는지 영어로 이야기한다.

축구교실을 할 때는 교습을 받는 아이 어머니들이 근처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이 뛰는 모습을 함께 지켜본다. 저녁을 먹고 7시부터는 어머니와 함께 영어 동화책을 읽고 어떤 점을 느꼈는지 영어로 이야기한다. 그러고는 약간의 자유시간(?)을 가진 뒤 바로 잠자리에 든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