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를 법정관리 받게 해주세요. "

서울 중구 청계천변에 자리한 예금보험공사(예보) 앞에서는 9일 이색적인 시위가 벌어졌다. 부도설이 나도는 성원건설 노조원들이 1대 주주인 예보에 회사의 법정관리(회사 회생절차)를 요구한 것이다. 한창 업무가 바쁠 평일 낮임에도 전체 450명의 직원 중 150여명이 비가 오는 가운데 집회에 참가했다.

노조원들은 '부실기업 방치하는 대주주는 반성하라''배고파서 못살겠다. 법정관리 신청하라'는 등의 피켓을 들었다. 상장사인 성원건설은 전윤수 회장 등 오너 일가가 1대 주주였으나 담보로 맡긴 주식이 매각되면서 지난 4일 2대 주주이던 예보(23.4%)가 1대 주주로 올라선 상태다.

직원들이 회사의 법정관리를 요구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밀린 월급 때문이다. 성원건설은 7개월째 월급을 주지 못하고 있으며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까지 미납하고 있다. 집회를 주도한 이용규 성원건설 노조위원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공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사고 사업장이 늘고 있어 자칫하다가는 법정관리도 못하고 파산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오너 일가가 경영권을 놓지 않으려고 해 법정관리가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성원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1조2000억원 규모의 리비아 아파트 건설 사업을 수주하는 등 자체 회생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자구방안을 고민해본 뒤 법정관리를 추진해도 된다"고 반박했다. 그는 "전 회장도 최고경영자로서 책임을 다한다는 입장일 뿐 경영권에 미련은 없다"고 덧붙였다.

노경목/최만수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