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층에서 123층으로 설계변경한 롯데그룹의 제2롯데월드(조감도) 건설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서울시의 교통 및 환경영향평가에서 모두 재심의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로 예정됐던 착공 시기도 불투명해졌다.

서울시는 최근 롯데그룹이 송파구 신천동 석촌호수 인근 8만7183㎡ 부지에 제2롯데월드를 짓기 위해 낸 교통 및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재심의 결정을 내렸다고 26일 밝혔다. 롯데 측은 앞으로 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선 서울시와 사전협의를 거친 뒤 개선될 내용의 교통 및 환경영향평가 계획안을 새로 만들어 서울시에 재심의를 요청해야 한다.

교통영향평가에서는 교통혼잡 해소부분이 문제가 됐다. 롯데 측은 잠실역 사거리 지하 버스환승센터와 광장 조성 등에 1700억원을 투입하고 탄천변 동쪽 도로 확장 공사비용으로 450억원을 부담하겠다는 계획서를 서울시에 냈다.

그러나 서울시는 제2롯데월드가 완공될 경우 잠실사거리 일대 하루 유동인구가 19만여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 정도의 교통대책으로는 제2롯데월드 건설에 따른 교통유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잠실대교 남측 횡단 지하도로 건설에 필요한 사업비(총 590억원) 중 480억원가량을 추가 부담하라고 주문했다. 서울시 주택국 관계자는 "최근 제2롯데월드의 층수가 112층에서 123층으로 바뀌고 건축연면적은 무려 36%나 늘어나는 쪽으로 설계변경됐기 때문에 교통혼잡 해소방안도 추가되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녹지와 공지면적을 더 넓히라는 조건도 제시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개발 연면적이 늘어난 만큼 녹지면적을 추가로 확보하고 건물 주변 공지도 더 넓히는 게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았다"고 밝혔다.

건물 디자인에 대해서도 지적이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의과정 때 빌딩의 타워부분과 저층부분이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서울시 측은 전했다.

이달 서울시 건축심의를 거쳐 상반기 중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던 롯데 측으로서는 교통 및 환경영향평가 재심의 판정으로 사업일정 연기가 일단 불가피해졌다. 제2롯데월드 사업을 맡은 롯데물산 관계자는 "조만간 교통영향평가서 등을 보완해 관할 지자체인 송파구청을 거쳐 서울시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층고나 건축연면적 등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롯데 측은 당초 112층,연면적 60만7849㎡이던 제2롯데월드 규모를 작년 9월 층고 123층,연면적 83만745㎡로 확대하는 내용으로 설계를 변경,송파구를 거쳐 서울시에 계획안을 냈었다. 555m 건물 높이가 성남 서울공항의 전투기 항로와 겹치면서 공군 측 반대에 부딪쳤던 제2롯데월드는 서울공항 활주로 건설 등의 조건으로 공군과 합의를 본 뒤 지난해 3월 서울시로부터 건립허가를 받은 상태다. 롯데그룹은 착공 후 5년 만에 건물을 완공할 계획이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