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 강남권 집값은 올랐을까 떨어졌을까?

보기에 따라서는 답이 뻔한 질문일 수 있다. 재건축 추진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올해 상반기에 진행됐던 강남권 아파트의 활발한 가격 상승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답은 '그때 그때 달라요'다. 비교 시점을 어디에 잡느냐에 따라 상반된 결과가 나온다는 뜻이다.

올초를 기준으로 하면 분명히 아파트값은 올랐다. 28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송파구가 11.14% 상승률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서초구(10.22%),강남구(8.44%) 등도 10% 안팎의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올해 수도권에서 연초 대비 집값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과천은 18.47%로 20% 가까이 올랐다.

하지만 비교 시점을 금융위기 전인 2008년 초로 잡으면 상황은 달라진다. 2008년 1월 강남구 아파트의 3.3㎡당 평균 가격은 3511만원으로 2009년 12월 현재 3386만원보다 125만원 정도 높았다. 송파구 역시 12월 현재 평균 가격은 2488만원으로 작년 1월의 2520만원에 비해 소폭 하락했다. 올해의 '블루칩'인 과천의 상황은 더욱 심해서 두 기간만 비교해보면 2008년 1월 3401만원이었던 3.3㎡당 평균가가 이번 달에는 300만원 이상 떨어진 3076만원을 기록했다. 다만 올해 '반포자이''반포래미안'등 고가 아파트가 잇달아 입주한 서초구는 2746만원에서 2807만원으로 소폭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결국 올해 일부 지역에서 나타났던 집값 상승세는 따지고 보면 금융위기로 2008년 말까지 가격이 크게 떨어졌던 데 따른 '기저효과(기준시점을 언제로 잡느냐에 따라 경제상황이 부풀려지거나 위축되는 현상)'에 따른 것이다. 김희선 부동산114 이사는 "올 상반기에 일부 지역 집값이 올랐다지만 2008년 초와 비교하면 오히려 떨어진 곳이 많다"며 "2009년 상반기 부동산 시장을 평가하며 '상승했다'고 이야기하기보다는 '소폭 회복했다'고 평가하는 게 올바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전문가들은 단순히 '전 고점'과 비교해 특정 지역이나 아파트 단지의 상승 여력을 점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높았던 이전 매매가에도 거품이 끼어 있어 현재 집값이 싸보이는 착시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