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주택 매매시장이 부진한 가운데 신규 분양 아파트의 선전이 돋보였던 2009년.그 대미는 김포한강신도시가 장식하게 됐다. 오는 21일 청약에 들어가는 '한강&힐스테이트'를 시작으로 29일부터 31일까지 청약을 진행하는 '한강 e편한세상'까지,올해의 마지막 열흘 동안 7개 단지에서 7940채가 쏟아져 나온다.

한강신도시의 공급계획 물량은 모두 5만4709채로 일산신도시(6만900채)보다 약간 적은 규모다. 투자가치는 어떨까? 한강신도시에 대한 투자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장기적인 청약이라면 해볼만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싼 분양가,무거운 공급물량

입지와 관련해선 상반된 분석이 나온다. 서울과 가까워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긍정론과 서울 도심이나 강남 접근성을 따져볼 때 수요자들을 끌어모으기가 힘들다는 부정론으로 갈린다. 김일수 기업은행 부동산팀장은 "차만 안 막히면 서울 김포공항까지 10분 밖에 안 걸리는 데다 내년에는 고속화도로가 개통돼 서울 접근성이 좋아진다"며 "분양 호조가 이어지고 있는 인천 청라지구와 비교할 때 직선거리나 서울 접근성에서나 한강신도시가 낫다"고 말했다.

반면 박원갑 부동산1번지 대표는 "서울 도심과 강남권에서 너무 멀어 '동네 수요' 이상을 끌어들이기 힘들다"며 "일산과 서울 목동,화곡동 등의 국지적인 수요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3.3㎡당 1000만원 선인 분양가는 장점이다. 이미영 스피드뱅크 분양팀장은 "의정부 등지에 신규 분양되는 아파트도 분양가가 3.3㎡당 1100만~1200만원에 이른다"며 "광교신도시가 1400만원,별내지구는 1200만원 내외에서 분양가가 책정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일수 팀장은 "건축원가 상승과 분양가상한제 폐지 움직임 등을 감안하면 서울 인근에서 이 정도의 분양가는 앞으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지나치게 많은 물량이다. 올 한 해에만 1만5000여채의 분양물량이 쏟아지면서 대부분의 단지에 미분양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공급이 이어지다보니 수급불균형으로 도시 기능 활성화가 늦어질 수 있다. 내년에도 한강신도시에서는 대우건설 2234채와 현대산업개발 1902채를 비롯해 2만527채가 분양될 예정이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미분양 물량이 깔려 있는 상황에서 공급이 너무 많아 낙관적으로 보기 힘들다"며 "보금자리주택 공급으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큰데다 인근 검단신도시와 서울 마곡지구 등 수도권 서부에 공급물량이 많다는 점도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다리 건너 일산

한강신도시의 수요 충족과 관련된 또 하나의 변수는 한강 건너 마주보고 있는 일산신도시에서 갈아타기 수요가 얼마나 넘어올 수 있느냐는 점이다. 김일수 팀장은 "아파트 입주 20년이 지난 일산신도시에서 김포나 파주 등지로 집을 옮겨가려는 수요가 나타날 것"이라며 "일산대교를 통해 바로 일산 한류우드 등지로 이어지는 한강신도시로 이주 수요가 넘어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원갑 대표는 "고양시에도 삼송지구를 비롯해 신규 택지개발지구가 많은 만큼 갈아타기 수요가 한강신도시까지 밀려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요자 전략에 대해서는 단기투자 목적보다는 5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이는 도시 활성화를 내다보고 실수요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청약시 1,2순위에서 청약통장을 쓰기보다는 3순위에 청약을 하거나 미분양 아파트를 잡는 게 나을 수 있다고 충고했다. 이미영 팀장은 "공급이 많아 순위 내 청약 마감이 힘들 것으로 보이는 만큼 유주택자나 가점이 낮은 실수요자,청약통장이 없는 수요자 등이 내집 마련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