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킹 무료,시키킹 오케이."

최근 일본 도쿄 도심은 물론 인근 수도권 도시 내 중개업소나 소형 임대주택 담벼락에서 심심찮게 보이는 문구다. 사례금도 안 받고,보증금도 없다는 뜻이다. 이 말을 이해하려면 일본 주택의 임대체계를 알아야 한다. 일본은 한국의 전 · 월세 구조와는 큰 차이가 있다. 전세형 임대 관행은 아예 없으며 모두 월세로만 거래된다.

일본에서 방을 얻는 세입자들은 최대 6개월치 월세를 일시불로 먼저 내야 한다. 이 돈에는 정식 월세의 두 달치인 시키킹(보증금)과 레이킹(사례금 · 월세의 1~2개월분)이 포함돼 있다. 또 첫달 임대료인 야찡,월세 1개월분에 해당하는 추카이데스료(중개수수료)도 들어있다.

이들 돈은 대부분 돌려받지 못한다. 이 중에 특히 한국과 다른 개념의 비용이 사례금이다. 집을 내줘서 감사하다는 의미로 집주인에게 주는 비용이다.

액수도 많을 뿐 아니라 계약이 끝나도 돌려받지 못한다. 시키킹(보증금)은 계약 만료 시 돌려받도록 돼 있지만 퇴실 시 집 수리 비용을 등을 빼고 나면 반환 액수가 크게 줄어든다.

일본 주택 임대 관행이 이처럼 세입자에게 부담되는 구조로 돼 있다 보니 최근 일본 부동산시장에서는 '이사 거지(힛코시빈보)'라는 우스갯소리를 흔하게 들을 수 있다. 이사 몇 번 다니면 거지가 될 정도로 추가 임대비용이 과다하게 든다는 뜻이다.

임대주택의 통상 계약기간은 2년이다. 2년이 지나서 계약 갱신을 할 때 '갱신료'를 또 내야 한다. 이 비용은 계약갱신료,갱신수수료,임대보증회사에 대한 수수료 등 복잡한 명목의 돈이 포함됐다. 주차장이 있을땐 '주차장 수수료'도 내야 한다.

신주쿠의 K무역회사에 다니는 신모씨(46)는 "지난 4월에 월세방 계약을 새로 했는데,갱신료를 포함해 첫달에만 350만원을 냈다"며 "매월 방값 13만엔,주차장비 2만5000엔을 합해서 한 달에 주거비용만 한국돈으로 200만원이 넘게 나간다"고 말했다. 청소비 등 기본 관리비는 별도로 낸다. 일본에서는 또 세입자가 월세방을 얻는 데 '연대보증인'을 요구하는 관행이 있다.

또한 임대주택을 위탁관리 해주는 중개업체 등도 유리한 구조다. 일본에 네오폴리스21,센추리21 등 초대형 부동산관리업체들이 활성화돼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