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판교 중대형 아파트 전매금지(분양계약후 3년)가 풀린 이후 판교 집값이 적게는 3000만~4000만원에서 많게는 8000만원까지 떨어졌다.

30일 판교신도시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세금을 줄이기 위해 완공 뒤에도 잔금 납부를 미루며 분양권 상태로 갖고 있던 집주인들이 지난 15일 이후 분양권 매물을 한꺼번에 내놓으면서 아파트 매도호가가 급락하고 있다.

판교동 백현마을의 P공인 관계자는 "전매금지가 풀리기 전엔 매물을 찾기 힘들었는데 지난 15일 이후 서판교인 휴먼시아현대(A13-1블록)에서만 중대형 매물이 15~20개 정도 나왔다"고 전했다.

판교동 S공인 관계자는 "분양권 매매계약을 미리 맺고 잔금 치르는 날을 지난 15일 이후로 늦춘 집주인들도 일부 있다"며 "이런 거래까지 합하면 전매금지 해제 효과가 매물 증가로 확실히 연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매물 증가에도 불구,판교 중개업소에선 계약을 맺는 장면을 좀처럼 보기 어렵다. 판교동 판교역부동산의 최일규 대표는 "부동산 담보대출규제(DTI)가 확대 강화되면서 판교 일대 매수세도 사라졌다"며 "DTI 규제가 참 무섭긴 무섭나보다"라며 혀를 찼다.

삼평동 대호공인 관계자도 "올해 판교에서 영업을 시작하면서 100여명의 수요자 리스트를 받아놓았는데 지금 전화해 보면 '기반시설도 아직 안돼 있는 판교 집값이 왜 이리 비싸냐'고 오히려 따진다"고 푸념했다. 이 중개사는 "판교 전체를 통틀어 하루에 한 건 매매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지난 8월까지 호가가 급등했지만 DTI 규제에 불법전매 단속까지 겹쳐 호가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처럼 판교 집값은 전매금지가 해제된 뒤 완연한 조정장세에 접어들었다. 삼평동 D공인 관계자는 "휴먼시아어울림 142㎡형이 좋은 층과 타입의 경우 11월 초만 해도 12억8000만원까지 거래되다 지금은 12억원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같은 아파트 125㎡형은 이달 초 호가가 10억2000만원까지 올라갔으나 지금은 9억원대로 주저앉았다.

판교에 매수세가 붙지 않는 것은 바로 옆 분당 집값과의 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동판교 142㎡형의 집주인들은 채권할인(할인율 38%)까지 합쳐 총 8억3000만원에 분양받았다"며 "이 주택 매도가를 12억원까지 부르니 길 하나로 마주보고 있는 같은 평형의 분당 집값 10억원과 비교해 수요자들은 비싸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매금지 해제 매물과 DTI 규제에 따른 조정 효과가 합쳐져 매도호가가 최고점 대비 1억2000만원까지 떨어진 단지도 나오고 있다. 한 공인중개사는 "휴먼시아현대는 142㎡형 3층 매물이 10억8000만원,125㎡형 5층은 8억8000만원에 매물로 나왔다"며 "이는 DTI 규제 확대 이전에 비해 1억2000만~1억3000만원 빠진 가격대"라고 전했다.

한편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현재 판교신도시에서 LH가 공급한 아파트 단지 중 완공돼 입주한 단지는 전체의 35%이다. 판교 공공주택의 65%는 아직 완공 전이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