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월드의 모라토리엄(채무상환 유예) 선언이 국내 건설 · 부동산시장에도 충격파를 던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금융권으로부터 개발자금을 유치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판교 알파돔시티,인천타워(151층) 등 초대형 사업들은 자금 조달의 어려움으로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두바이를 개발모델로 추진해온 인천 송도국제업무도시는 투자 리스크가 부각되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 모처럼 달아오른 아파트 분양시장도 투자 분위기가 위축되면서 청약열기가 수그러들 수 있어 업계가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대형 개발사업,'엎친 데 덮친 격'

신도시나 택지지구의 한복판 상업지역에 개발하는 복합단지(업무 · 문화 · 쇼핑 · 주거시설 일괄건축)나 일산 한류우드같은 대형 문화 · 상업복합단지 등의 사업 추진에 부정적 여파가 예상된다. 이들 사업은 작년 가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이번 두바이 사태까지 터지면서 금융권 몸사리기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판교 복합단지 개발회사인 알파돔시티는 당초 이달 중 1조3000억원의 PF 대출을 일으켜 땅값을 치르려 했지만 불발되고 말았다. 인천타워도 올 3분기로 예정했던 PF 대출과 실시계획 승인이 내년으로 미뤄지는 바람에 2014년 아시안게임에 맞춘 준공이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그나마 개발사업이 추진되는 경우도 초단기 대출인 '브리지론'을 이용해 땅값 납부일정을 간신히 맞추고 있다"며 "두바이 사태로 금융기관들이 PF 대출에 더 소극적 태도를 보이게 되면 전국의 대형 개발사업과 주택사업이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 지연은 곧 비용 증가로 이어져 사업의 수익성도 크게 악화될 전망이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프로젝트금융본부장은 "건설사들의 PF 관련 신용한도를 채워서 빌려주던 금융사들이 이번 사태로 일제히 한도를 줄일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건설업체와 시행사들의 PF사업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도,용산의 리스크 부각

국제업무단지로 조성되는 인천 송도와 서울 용산역세권이 두바이처럼 건물만 지어놓고 수요자는 찾지 못하는 '모래성 도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송도의 경우 기업투자 유치실적은 '제로(0)'인 실정이다. 완공된 동북아트레이드센터에 세계 유슈의 금융회사를 들여놓겠다고 했지만,현재까지 입주한 외국 회사는 전무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국제업무 기능이 활성화하지 않으면 지금까지 분양이 잘 됐던 아파트들도 시세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도 개발을 맡고 있는 포스코건설 측은 이에 대해 "송도 내 잭 니클로스 골프장 개발을 위한 PF계약(1500억원)이 성사됐다"며 "최근 청라에서도 송도의 5월 분양가와 비슷한 가격으로 4.5 대 1의 청약경쟁률(청라 푸르지오)을 올려 송도의 투자가치와 시장 신뢰는 아직 문제없다"고 설명했다.

◆고가 아파트시장도 위축 우려

두바이 위기가 세계적인 신용경색으로 이어질 경우 안전자산 선호로 부동산 매물이 쏟아지고 투자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특히 투자자들의 주 수요층인 고가 아파트시장의 위축이 예상보다 도드라질 수 있다.

김일수 기업은행 부동산팀장은 "10억원 이상 고가 부동산을 거래하는 투자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면 상가,토지,고가 재건축 아파트 등의 상품은 수요 위축으로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시중 유동자금이 부동산시장 진입을 꺼릴 경우 한동안 줄어들었던 신규 주택시장의 미분양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조윤호 대신증권 책임연구원은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에 비해 규모가 작기 때문에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장규호/김철수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