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내부 갈등에도 불구, 세종시 수정을 위한 잰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세종시 문제를 하루속히 매듭짓는 게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간 대대적 감정싸움으로의 확전을 차단하는 것은 물론, 여권 내부의 안정 및 결속을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여권은 세종시 수정안을 당초 계획보다 한달 가량 앞당긴 연내에 확정키로 공감대를 형성한 데 이어 11일 고위당정회의를 시작으로 세종시 수정안 조율에 나설 방침이다.

정부는 조만간 민관합동위원회 구성을 완료, 이르면 16일 첫 회의를 가질 예정이며, 당은 금주중 `세종시 여론수렴특위' 인선을 끝낸 뒤 본격적인 활동에 착수할 계획이다.

다만 국회 대정부질문을 통해 충돌한 친이.친박이 여전히 격앙된 상태인 데다, 친박계의 강한 반발로 당내 특위가 `반쪽'으로 전락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세종시 논의가 제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친이-친박 갈등 = 세종시를 둘러싼 양 진영의 현격한 입장차는 지난 9일 대정부질문에서 고스란히 표출됐으며, 그 여진 탓에 친이계를 겨냥한 친박측의 공세는 10일도 계속됐다.

여권의 세종시 논의에 반발해 당직을 사퇴한 이성헌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친이 핵심이라는 사람들이 지금 엉뚱하게 세종시 문제의 모든 책임을 박근혜 전 대표에게 뒤집어씌우고 있는데 정말 가관"이라며 "대통령에게 `사과하고 입장을 밝히라'고 우선 얘기해야 한다"고 공격했다.

또한 한선교 의원도 지난 2005년 여야간 세종시 합의에 대한 친이계의 `박근혜 책임론'에 대해 "사익에 의한 결정이라는 말은 오만하기 짝이 없는 것"이라며 "오히려 급진적으로 일을 처리, 국민간 갈등이 벌어지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가세했다.

하지만 양 진영의 가파른 대립이 이날 이후 다소 주춤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동안 박 전 대표 공격의 고삐를 죄어온 친이 강경파가 숨고르기에 나서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박 전 대표를 향해 연타를 날려온 친이계 정두언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일단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두언, 정태근, 김용태 의원 등이 참여해온 친이 소장파 7인그룹이 금주중 회동할 예정인 데다, 친박 진영의 움직임에 따라 향후 수위를 결정키로 함에 따라 `제2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당내 `소모적 논쟁'을 중단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논쟁의 소강국면을 예측케 하는 대목이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지나친 갈등을 표출하는 것은 국민이 원하지 않는 것"이라며 "건설적 토론은 좋지만 감정적 논쟁은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장광근 사무총장도 "자칫 잘못하면 작금의 논란이 소모적 정쟁으로 변질되고, 정략적 이해의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된다"며 "정부가 안을 빨리 내놓겠다고 했으니 그 안을 보고 타당성을 논쟁해도 늦지 않다"고 밝혔다.

◇한 세종시특위 = 한나라당 세종시 여론수렴특위는 구성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박 전 대표가 "당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밝히고, 친박 인사들이 참여를 거부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정몽준 대표와 정의화 특위위원장은 일단 금주중 출범을 목표로 친박계 의원들의 특위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설득 작업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 위원장은 전날 본회의장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만나 "이번에 세종시 문제로 중책을 맡게 됐다. 많이 도와 달라"며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위원장은 "출발을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며 "가능한 12일 출범하려고 했는데, 구성이 안되면 좀 더 뒤로 변경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특위는 10여명 규모로 꾸려질 예정이며, 국회 정무.행정안전.국토해양위 간사, 당 제4정조위원장, 당 전략기획본부장과 홍보기획본부장 등은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친박계인 이계진 홍보기획본부장이 특위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다른 친박계 의원들의 동참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당정 조율착수 = 정부와 한나라당은 11일 고위당정회의를 시작으로 세종시 조율에 본격 나선다.

이번 고위당정회의에서는 세종시 수정안의 구체적인 내용 보다는 세종시 수정의 시간표 확정 등 전반적인 방향이 다뤄질 전망이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민관합동위가 구성도 안된 만큼 구체적인 안이 논의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당.정.청이 연내 수정안 확정으로 가닥을 잡은 만큼 이에 따른 일정 등이 논의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회의에서는 세종시 수정론 관철을 위해 충청도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안 마련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다만 허태열 송광호 최고위원 등 친박계 인사들도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어서 논란도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 기자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