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를 통합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7일 오전 성남시 분당구 사옥에서 공식 출범식을 갖고,정부의 주택 · 토지 관련 사업을 전담할 매머드급 공기업으로 탄생했다.

이날 출범식에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이병석 국회 국토해양위원장,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건설관련 단체장,건설회사 대표 등 주요 인사와 임직원 800여명이 참석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에 대한 현판 제막식과 함께 진행된 출범식에서 이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출범은 공공기관 선진화의 시금석"이라며 "토공,주공 등 과거 소속 의식을 버리고 새로운 각오로 형식적 통합을 뛰어넘어 화학적 통합을 이뤄달라"고 당부했다.

◆현장경영 드라이브

이지송 초대 사장도 이날 통합공사 출범을 선언하며 "국민들이 진정으로 사랑하고 신뢰하는 으뜸 공기업으로 새롭게 탈바꿈함은 물론 보금자리주택 등 서민 주거복지와 녹색성장의 국정기조를 차질 없이 수행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지난 1일 취임식과 동시에 현장경영 슬로건을 강조하고 개혁에 강한 시동을 걸었다. 취임 후 첫 업무가 시작된 지난주 추석 연휴를 반납하고 보금자리주택 시범단지 4곳을 돌아보는 강행군을 했다. 추석날인 2일에는 서울 우면,경기 미사와 원흥지구 등 세 곳을 방문했고,연휴 마지막날인 3일에는 서울 세곡지구를 둘러봤다. 세곡지구는 걸어서 세 바퀴를 돌며 현장을 꼼꼼히 살폈다.

몸을 아끼지 않는 '이지송식 현장경영'은 오랜 건설사 전문경영인 수행과정에서 터득한 자신만의 실속 · 투명 경영 기법이다. 여기에는 새로운 조직에 대한 개혁도 자연스럽게 배어있다. 지난주에도 그는 대부분 현장을 사전 예고 없이 혼자 다녀갔다. 직원을 대동하고 어깨에 힘주며,브리핑을 받는 소란도 떨지 않았다.

거침없는 그의 행보는 첫 공식업무가 시작된 4일에도 이어졌다. 오전 7시30분에 간부회의를 열었다. 예전에는 오전 8시30분에 열리던 간부회의였다. 그는 사장 주재의 월 · 금요일 간부회의를 오전 7시30분으로 바꿨다. 이 같은 움직임에 직원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통합공사 출범준비단 때부터 매일 보여준 오전 7시 '칼 출근'으로 임직원들은 일찌감치 개혁 회오리를 각오했지만,강도가 예상보다 훨씬 세기 때문이다.

◆공기업 개혁 시금석

그는 이 대통령이 요구하는 공기업 개혁 모델이기도 하다. 이로써 그에게 거는 기대도 크다.

정부는 LH를 모델로 삼아 공기업 개혁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초대 사장에 민간경영인(현대건설 사장) 출신인 이 사장을 임명한 데서도 정부의 개혁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 사장 역시 민간기업에서 보여준 강력한 현장경영과 신속한 개혁 스타일로 새로운 통합과 조직문화 형성에 고삐를 바짝 죌 것으로 보인다.

회사 명칭에서도 신선한 느낌이 든다. 법인명인 한국토지주택공사를 놔두고 LH(LAND와 HOUSING의 약어)로 부르기로 했다. 토지공사와 주택공사 냄새를 없애버리기 위해서다.

또 인사명부에 토지공사,주택공사 출신임을 알 수 없도록 만들었다. LH직원만 있을 뿐 주택공사 토지공사 직원은 없다는 것이다.

LH는 앞으로 사업 역량을 보금자리주택,토지은행,녹색뉴딜 등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동안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겹치기 영역을 만들어 경쟁을 벌였던 부문은 과감히 조정하고 민간업계와 맞물리는 사업도 점진적으로 손을 떼기로 했다.

비리척결도 우선 순위에 놓여있다. 이 때문에 그는 '골프 사전신고제' 등 다양한 청렴행동 지침을 제정하는 등 기존 조직문화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데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