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흠 전 대우건설 사장(2003년 12월~2006년 12월)은 2008년 9월 "청와대 행정관의 청탁을 받고 중소 건설업체에 입찰 정보를 제공해 다른 건설사들의 입찰 행위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는 건설산업기본법 위반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으나 이후 항소심과 상고심에서 모두 무죄판결을 받아 지난 6월 무죄가 확정됐다.

그러나 사이버 공간에서 그는 여전히 범법자로 남아 있다. 기소단계에서의 혐의사실과 1심 판결 내용은 보도가 됐으나 확정된 무죄판결 사실은 뉴스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친구나 친척들조차 그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는 걸 모른다. 이로 인해 본인과 가족들은 대인관계가 어려울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그러나 무죄 사실을 알릴 뾰족한 방법이 없다. 법원을 상대로 무죄 내용을 홍보해달라고 할 수도 없고,현실적으로 언론사에 보도를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힘들다.

법조계에 따르면 무죄판결 내용이 대외적으로 전달되지 않아 범죄인 취급을 받는 억울한 사람들이 많다. 검찰 수사내용이 기소 단계에서 마구잡이로 공개되면서 판결 결과와 상관없이 범죄인 취급을 받고 있다.

문제는 억울한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 검찰청의 1심 무죄 인원은 2000년 1042명(무죄율 0.08%)에서 2008년 4046명(0.31%)으로 급증했다.

대형 비리사건을 수사하는 대검 중수부가 기소한 사건도 마찬가지다. '대우 구명 로비' 의혹으로 기소된 재미동포 사업가 조모씨,납품 청탁과 함께 케너텍 등 협력업체로부터 2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국중부발전 박모 전 발전처장,서아프리카 베냉 유전개발 사업을 하면서 시추비 등을 과다 지급해 한국석유공사에 45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은 김모 전 해외개발본부장 등이 줄줄이 무죄 선고를 받았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