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직장인 김성아씨(29)는 11일 저녁 남자 친구와 함께 이태원을 찾았다. 김씨는 "일주일에 한 번은 이태원에서 식사를 하고 가볍게 술 한 잔 한다"며 "스페인 요리부터 케밥까지 먹거리가 다양해 올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라고 말했다.

#2.같은 날 해밀톤 호텔 뒤편 골목 및 레스토랑, 술집은 손님들로 가득했다. 스페인 레스토랑인 게코스가든은 금 · 토요일이면 손님이 밀려들어 예약을 안 하면 자리를 찾기 힘들다. 안소희 지배인은 "3층 건물에 테이블 60개가 있어 규모가 큰 데도 저녁시간에는 보통 20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침체에도 서울 이태원 상권은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외식업소와 의류 매장이 속속 들어서 다양한 음식과 쇼핑을 즐길 수 있는 '세계문화의 전시장'으로 자리잡으면서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까지 몰려들어 성황을 이루고 있다. 불황의 여파로 청담동,이대앞 등에 빈 점포가 늘어나는 등 서울시내 주요 상권이 위축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태원 상권은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앞 해밀톤호텔을 중심으로 왼쪽에 자리잡은 패션잡화거리와 호텔 주변에 밀집한 레스토랑가,맞은편 유럽풍 앤틱가구거리,오른쪽 중국 · 일본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식당가 거리로 구성돼 있다. 거리 곳곳에 들어선 각양각색의 의류 매장 중에는 몸집이 큰 사람을 위한 대형 사이즈 옷을 취급하는 점포가 많은 게 특징이다. '큰 옷'을 취급하는 한 의류 매장 관계자는 "외국인 가운데 덩치가 큰 사람들이 많아 큰 옷으로 특화된 매장이 자연스레 들어섰다"며 "젊은 여성들을 겨냥한 패션 의류와 A급 명품을 취급하는 매장도 많아 고객층이 두터운 편"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20년째 의류 매장 아메코를 운영하는 이성숙씨는 "20여년 동안 장사가 안된 적은 드물었고 요즘도 잘된다"면서 "1990년대까지만 해도 외국인과 내국인 비중이 8대 2 정도였는데,최근 들어 비슷해진 게 달라진 점"이라고 말했다.

해밀톤호텔 뒤편에는 게코스가든을 비롯 영국풍 브런치카페인 마이첼시,그리스 음식점 산토리니 등 세계 각국의 음식점들이 줄지어 있다. 호텔 앞 큰 길가에도 맛집으로 알려진 마카로니마켓과 빌라소르티노,모로코 식당인 마리케시나이트 등이 늘어서 있다. 사람들이 먹거리를 찾아 이태원으로 몰리기 시작하자 올 들어 소방서 일대에 케밥집 2~3곳이 문을 열었고,제일기획 옆 건물에 '디초콜릿'카페가 다음 달 들어서는 등 신규 매장들도 속속 들어설 예정이다. 임피리얼호텔이 지난 6월 인수한 이태원호텔은 오는 11월 개장을 목표로 리모델링 공사 중이다. 그 위쪽으로는 국화,천상,문타로 등 이자카야와 막걸리 파전 등을 판매하는 민속주점과 한식집 등은 일본인과 중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성업 중이다. 정돈회 뉴타운공인중개사사무소 소장은 "해밀톤호텔 일대의 82.5~99㎡(25~30평)짜리 가게의 권리금이 1억5000만~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5000만원 이상 올랐지만 장사가 워낙 잘돼 매물을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상권전문가인 임경수 스타트HRD 원장은 "현재 이태원에는 음식 · 숙박업소가 390여개,도소매업소가 250여개 밀집해 있다"며 "앞으로 한강진역 부근에 예술공연장과 신규 빌딩들이 들어서고 한남동에 뉴타운이 완공되면 이태원 일대가 거대 상권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