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택시장에는 끈질기게 따라다니는 '공식'이 하나 있다. 언제부턴가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퍼져나가는 집값 상승의 패턴이 생겼다는 뜻이다. 초기에 상승을 촉발하는 건 경기부양을 위해 단행하는 부동산 규제완화다. 수요층이 두터운 강남 재건축 아파트나 새로 지은 아파트부터 가격이 오르기 시작한다. 그 소식이 부동산 중개업소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상승세는 강북과 수도권으로 번져간다.

정부가 주택가격 안정 방안을 고민하는 것은 이때쯤이다. 처음엔 금융대출 규제 같은 수단을 들고 나와 국지적으로 대응한다. 그게 먹히지 않으면 금리인상과 함께 양도세나 보유세를 강화하게 된다. 상승세는 주춤해지지만 강남권 집값은 이미 상당폭 오른 상태다. 강북이나 수도권 집값은 고개를 들다가 멈칫한다. 강남권과 비교하면 전보다 가격차이가 더 벌어져 있다. 이 같은 패턴이 반복되면서 '강남 수요'는 더 늘어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이 패턴은 올해도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강남 재건축에서 시작된 상승세가 강북과 수도권 일부로 옮겨붙자 정부가 DTI(총부채상환비율)규제에 나섰다. 일단 거래에 제동이 걸리는 모습이지만 언제까지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여러 조건들이 여전히 집값 상승 쪽으로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미 투기지역 해제,분양주택 양도세 감면,재건축 용적률 상향 등의 조치가 취해져있다. 주택담보대출금리도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올 들어 늘어난 주택담보대출액만 25조원에 이른다. 신규 주택공급도 확 줄어든 상태다.

상승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은 크게 주택 공급확대와 규제강화 등 두 가지다. 공급을 늘리는 방법으로 재개발 재건축 활성화가 있으나 강남권에서 용적률을 추가로 높였다가는 또 상승을 촉발할 테니 건드릴 수 없다. 거센 찬반 논란이 일 것이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당장은 쓰기 어렵다는 의미다. 보금자리 주택도 완공까지 2년은 기다려야 한다.

규제의 방법으론 금리인상과 세금 중과,대출조건 강화 등이 있다. 그동안 금리는 계속 동결돼 왔다. 간신히 고개를 들고 있는 경기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당장 꺼내들 수 있는 카드는 DTI를 더 강화하고 LTV(집값에서 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율)를 축소하는 정도다. 정부는 현재 금리인상과 투기지역 확대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타이밍을 보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상승세가 꺾이지 않을 경우 금리를 올리고 양도세나 보유세를 강화하는 수밖에 없을 게다.

이번에도 강남권과 다른 지역의 집값 차이는 더 벌어지고 말았다. 개포주공 1단지 재건축 아파트 값은 3.3㎡당 7000만원을 넘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그렇다고 투기꾼들의 도덕성을 탓할 일도 아니다. 돈 버는 길이 뻔히 보이는 데 마다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이런 상황에서 쾌도난마(快刀亂麻)식의 해법은 없다. 다만 실마리는 찾아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부동산을 경기회복의 수단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라는 얘기다. 규제를 풀면 주택시장은 과도하게 반응하도록 훈련돼 있다. 여러차례의 학습효과 탓이다. 어떻게 보면 정부가 투기를 시작하라는 시그널을 보내는 꼴이다. 더구나 수요자들은 갈수록 기민해지고 있다. 집값 공식을 깨려면 정부가 부동산을 통해 경기를 조절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는 게 먼저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