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민 전세금 안정 대책으로 내놓은 도시형생활주택이 다시 화두에 올랐다. 사업의 가장 걸림돌이던 주차장 기준을 완화하면서 사업성이 크게 높아지자 도시형 주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도시형 생활주택의 사업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주차장 기준과 땅값이라고 입을 모은다.

◆수입성 두 배 높아져

도시형 생활주택에서 주차장 기준은 사업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1층에 주차장을 확보하려면 넓은 토지가 필요하고 지하에 주차장을 넣게 되면 공사비가 크게 늘어나 사업성을 떨어뜨린다. 또 땅값이 비싸면 분양가가 높아져 임대수익률이 낮아진다.

정부도 이 같은 점을 감안해 4월 도시형 생활주택을 도입하면서 주차장 기준을 크게 완화해 △원룸형은 가구당 0.2~0.5대 △기숙사형은 가구당 0.1~0.3대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뒤이어 서울시는 정부 가이드라인의 상한을 적용해 △원룸형은 가구당 0.5대 △기숙사형은 가구당 0.3대로 확정했다.


그러나 업계는 이 같은 주차장 기준으로는 사업성이 안 맞아 추가적인 주차장 기준 완화를 요구했다. 이에 정부는 도시형생활주택 사업 활성화와 전셋값 상승 대책 차원에서 최근 추가로 주차장 기준을 완화해 오는 11월부터 시행에 들어가기로 했다. 새 주차장 기준에 따르면 전용면적 합계를 기준으로 △원룸형은 60㎡당 1대 △기숙사형은 65㎡당 1대만 주차장 면적을 확보하면 된다.

소형주택 전문업체인 수목건축(대표 서용식)이 이 기준을 적용해 분석해본 결과,연평균 임대수익률은 기존 다세대 주택에 비해 14%포인트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서울 면목동의 대지면적 281㎡(85평)짜리 땅에 임대사업을 원하는 A씨의 의뢰를 받아 수익률을 비교해 봤다. 개정된 법을 적용하면 이 땅에 원룸형 도시형 생활주택 24채 건축이 가능했다. 반면 기존 다세대주택은 8채가 적은 16채밖에 지을 수 없었다.

수익으로 따지면 도시형 생활주택(원룸 월세 시세 55만원)이 400만원이나 많아지는 셈이다. 전체 임대수익은 다세대 주택(16채 기준)이 매월 880만원이었고,도시형 생활주택(원룸형 24채)은 1320만원에 달했다. 이를 연수익률로 계산하면 다세대 주택은 16.58%였고,도시형 생활주택은 29.76%로 14%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지난 5월 첫 도입된 도시형 생활주택은 기존의 다세대 주택(1세대당 1대)보다 주차장 의무 설립기준이 완화됐다. 하지만 시행주체에 대한 법적 절차가 까다로워 투자자들이 선뜻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규제완화 조치로 수익률 개선은 물론 사업시행 절차도 크게 개선돼 도시형 생활주택 개발이 더욱 탄력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주자창 기준을 완화했다고 해서 사업성이 무조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우선 서울 내 땅값이 비싸 사업성이 맞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에 정부가 주차장 기준을 완화했다고 해도 사업성을 갖춘 후보지를 찾기란 여전히 어렵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땅값 · 위치 등 따질 것 여전히 많아

우선 도시형 생활주택에 투자하는 투자자라면 예상임대수익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매입 후 입주하려는 수요보다 임대소득을 겨냥한 투자자들이 많아 투자성 상품이다. 따라서 임대수익을 얼마나 올릴 수 있느냐가 투자가치를 좌우할 게 분명하다. 1인 고소득자가 입주를 고려할 정도로 교통이 편리하고 쾌적한 곳에 들어서는 도시형 생활주택을 고려해야 한다.

가장 먼저 따져봐야 할 것이 아파트 매매 · 전셋값 상승률이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에서 올해 전셋값은 중형 · 대형 · 소형 순으로 상승률이 높았고 매매값은 소형 · 중형 · 대형 순으로 상승률이 높았다. 따라서 소형주택 매매값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소형주택의 임대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단해 도시형 생활주택에 섣불리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얘기다.

또 최근 고시원 합법화로 도시형생활주택 수익성이 밀린다는 분석도 있다. 7월 바닥면적 1000㎡ 미만인 고시원을 제2종 근린생활시설(1000㎡ 이상은 숙박시설)로 인정하는 건축법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법적으로 고시원은 취사만 못할 뿐 사실상 원룸 형식으로 건축이 가능하게 됐다. 고시원은 건설비가 적게 든다는 게 강점이다. 주차장 확보의무가 132㎡당 1대에 불과해 주차장 설치비가 도시형 생활주택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서용식 수목건축 사장은 "도시형생활주택은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오피스텔이나 소형 아파트에 살기에는 수입이 부족하고 고시원에 살기에는 수입이 많은 특정 계층이 주요 타깃"이라고 말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