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만 조이는 게 능사가 아니다. 공급 확대와 세제를 포함한 종합대책이 필요하다. "

"아직 추가 규제를 내놓을 단계는 아니다. 시기상조다. "

널뛰는 부동산 가격을 놓고 기획재정부와 국토해양부,금융위원회 등 정부 부처 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직은 부동산 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별도 대책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지만 심상찮은 시장 분위기를 감안할 때 새로운 뭔가가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24일 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진동수 금융위원장 등 관련 부처 장관과 윤진식 청와대 경제수석,김종창 금융감독원장까지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긴급 심야회의를 가진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는 곳은 금융당국이다. 부동산 가격 급등의 1차적 원인으로 과다하게 풀린 주택담보대출이 지적되면서 가장 입장이 난처해졌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마치 주택담보대출이 부동산 가격 급등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집값 상승에 대한 시장의 기대심리를 없애는 것이 근본 처방"이라고 말했다.

금융규제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종합대책이 필요하다는 금융당국의 판단에 부동산 정책의 전권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는 분명하게 '노(NO)'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추가 조치를 할 필요성이 없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투기지역 지정을 관장하는 재정부 세제실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투기지역을 추가로 지정한다거나 관련된 검토도 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토부도 가격과 거래에 대한 직접 규제는 말도 안된다는 입장이다. 지금 섣부른 대책을 내놓으면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

정부는 전세자금 지원과 보금자리주택 공급확대 등을 통해 집값 불안심리를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시장이 불안하다고 무조건 규제로 때려잡는 방법은 맞지 않다"며 "꾸준히 주택을 공급해주고 이를 통해 불안심리를 다독이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달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시장은 계속 불안한 양상이고 정부의 주택 추가공급 대책에 대한 시장의 반응도 호의적이지 않다는 점이 정부의 고민이다. 무엇보다 집값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꺾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실제로 담보인정비율(LTV)이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와 무관하게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가격급등을 예상하고 미리 받아놓은 중도금 대출도 정부의 대출규제와 무관하게 나가게 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내년 초까지는 주택관련 대출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반복하고 있지만 이달 주택가격 동향과 정부대책에 대한 시장 반응을 봐서 내달 중으로는 추가적인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심기/정종태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