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추진 아파트의 가격 상승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재건축 연한 축소 여부'를 놓고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뚜렷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주민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20~40년으로 돼 있는 현행 연한기준을 20~30년으로 줄여야 한다"는 서울시의회 주장에 대해 서울시는 "연한기준 완화는 부동산 시장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속도조절론을 내세웠다.

25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서울시의회 도시관리위원회 주최로 열린 '공동주택 재건축연한기준 완화 방안'에 관한 공청회에서 연한기준 완화에 대해 찬반 논란이 뜨거웠다.

토론자로 나온 이노근 노원구청장은 "협소한 주차장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재건축 연한을 줄여줘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이승주 서경대 교수(도시공학)는 "안전에 문제 있는 일부 아파트 사례를 전체로 확대해서는 안 되며 연한기준 완화는 전반적인 아파트 관리소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의회,연한 축소 재추진

지난 6월 연한 축소 조례안을 발의했던 고정균 시의원은 이날 공청회 주제발표를 통해 "1982~1991년 사이에 지어진 서울 아파트의 경우 내진설계 비율이 33%에 불과하고 지하주차장 비율도 20%선에 그친다"며 기준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재건축 연한기준을 1984년 12월31일 이전에 지어진 건축물의 경우 20년,1993년 1월1일 이후에 지어진 건축물은 30년으로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연한기준은 1981년 12월31일 이전에 준공된 아파트는 20년,1992년 1월1일 이후에 준공된 아파트는 40년(4층 이하는 30년),그 사이에 지어진 아파트는 준공연도에 따라 21~39년으로 정해져 있다. 고 시의원은 이어 "오는 10월이나 11월 시의회 정기회에서 이 개정안건을 다시 다룰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노근 구청장은 "건축연한 규제로 현재 진행 중인 재건축 사업의 78%가 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 서울 강남 4개구에 집중돼 있다"며 "강남권의 재건축 독과점을 조장하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국토해양부와 서울시는 반대

국토부와 서울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효수 서울시 주택국장은 "지난 6월 개정안이 의회에서 발의된 직후 재건축 예정 지역에서 집값이 크게 움직이는 등 부작용이 나타났다"며 "현 시점에서 재건축 연한을 축소하는 것은 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서울 지역에 나대지가 거의 동난 상태여서 장기적으로 재개발 재건축 등의 도시 재생사업을 통해 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속도조절도 함께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도 "지난달 수도권 3개 시 · 도와 합의한 현행 재건축 연한기준 유지 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이승주 교수는 "서울 광진구 일부 아파트의 경우 평소 철저한 안전관리로 50년이 다 됐는데도 재건축 얘기가 없다"며 "자원낭비 및 관리소홀로 연결될 전반적인 연한 축소보다는 안전에 문제가 있는 아파트에 대해 선별적으로 재건축을 허용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개발 노후기준 국토부 · 서울시 이견

국토부는 재정비촉진지구(일명 뉴타운) 내 재개발 사업의 노후도 요건을 각 시 · 도 조례 기준의 20% 내에서 완화할 수 있도록 하는 '도시재정비촉진 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이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다음 달 초부터 시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후도 요건이란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하려는 지역 내 노후 · 불량 건축물의 비율을 말한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각 시 · 도는 조례로 노후도 요건을 정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는 60% 이상,경기도의 경우 50% 이상 노후도가 충족돼야 뉴타운 지정이 가능하다.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서울시는 48% 이상,경기도는 40% 이상 노후도가 되면 뉴타운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

국토부는 까다로운 노후도 요건 때문에 뉴타운 사업 구역이 정형화되지 못하고 구불구불하게 구획돼 있어 요건을 완화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시행령 개정에도 불구하고 관련 조례를 개정해 노후도 요건을 완화할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은 전셋값 급등으로 뉴타운 · 재개발 이주수요를 분산시켜야 할 판"이라며 "이주수요를 더 촉발시키는 노후도 요건 완화를 당장 추진할 뜻이 없다"고 말했다.

김철수/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