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지역에 거주하는 세입자에게 주거 이전비를 지급하기 위한 기준일은 사업시행인가 고시일이란 항소심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다.

1심에서는 재개발구역 지정ㆍ고시일과 사업시행인가 고시일 중 언제를 기준일로 봐야할지 재판부마다 판단이 엇갈렸다.

따라서 이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재개발구역 지정일과 시행인가 고시일 사이에 이사온 세입자들도 구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서울고법 행정2부(서기석 부장판사)는 정모(41)씨와 정씨 장모 김모(59.여)씨가 월곡제2구역 주택재개발정비 사업조합을 상대로 낸 주거이전비 등 청구 소송에서 1심대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공익사업법에 따르면 주거이전비 지급기준일은 `사업인정 고시일 또는 공익사업을 위한 관계법령에 의한 고시일'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기준일을 주택재개발구역 지정ㆍ고시일로 한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개발구역 지정ㆍ고시 이후 실제 사업시행 인가를 받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지정ㆍ고시일을 기준으로 이주비를 지급할 경우 해당 사업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이유로 이주한 사람에게도 이주비를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특정 지역이 재개발구역으로 지정ㆍ고시될 때에는 주거이전비 지급 청구 상대방인 조합이 설립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세입자들에 대한 사회보장을 도모하고 조기이주를 장려하기 위해서는 사업인정 고시일을 이주비 지급 기준일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1심 역시 "재개발구역 지정고시일을 기준일로 정하면 공익사업으로 인해 주거를 잃게 되는 세입자를 보호하려는 입법 취지에 반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서울시는 1999년 6월 구 도시개발법에 따라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일대를 주택재개발구역으로 지정ㆍ고시했고 조합은 성북구청장으로부터 설립 인가를 받은 뒤 2003년 8월 사업시행인가 고시가 이뤄졌다.

정씨와 김씨는 이 일대가 주택재개발구역으로 지정ㆍ고시된 이후인 2001년 10월 박모씨와 임대차 계약을 맺고 이사를 와 2005년 4월까지 세들어 살았지만 조합측에서 주거이전비 지급 기준일이 관계법령에 의한 고시가 있었던 1999년 6월이라고 주장하자 소송을 냈다.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