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난방 허용 확대..과세문제 등 논란일 듯

이번에 나온 전세대책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5년 만에 다시 도입된 전용면적 85㎡ 이하 오피스텔의 바닥난방 허용이다.

전문가들은 오피스텔의 바닥 난방이 중형 규모인 전용 85㎡ 이하까지 확대될 경우 신축 오피스텔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정부가 오피스텔을 사실상 '주택'으로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어 주거용과 업무용의 경계에 있는 오피스텔에 대한 정체성 논란도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 오피스텔 다시 '주택'으로 = 주거용 오피스텔은 건축법상 업무시설이면서 실제로는 주택으로 쓰는 모호한 성격 때문에 지난 10년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법률상 주택은 아니지만 2000년대 중반까지는 바닥난방이 전면 허용되고, 방과 욕실도 딸려 있어 실제 아파트처럼 사용된 것이다.

이에 따라 2000년대 초반에는 집값 상승과 주상복합아파트 인기에 힘입어 서울, 분당, 일산 등지의 중대형 주거용 오피스텔이 큰 인기를 끌었다.

반면 오피스텔은 주택 수에는 포함되지 않아 탈세의 수단으로 이용됐다.

주거용으로 쓰더라도 국세청의 단속에 걸리지 않으면 1가구 2주택 등 주택 수 산정에서 배제되고, 종합부동산세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상에서도 빠진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준공된 오피스텔 가운데 80% 이상이 주택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과세 당국에 주거용으로 신고된 곳은 10% 선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시가 20억~30억원에 달하는 오피스텔이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돼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정부는 오피스텔이 탈세와 투기를 조장한다는 여론이 커지자 2004년 6월 바닥난방을 전면 금지하면서 주거용 오피스텔의 공급을 막고, 업무용으로만 쓰도록 했다.

난방이 금지되자 오피스텔 공급 물량은 최근 4~5년 사이 크게 감소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오피스텔 건축 허가 면적은 2003년 594만㎡에서 2008년에는 107만㎡로 82% 줄었다.

부동산114 조사에서도 2004년 9만6천여실에 달하던 오피스텔 입주물량은 올해는 7천여실에 불과해 5년 전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정부는 집값이 불안해지자 소형 오피스텔의 공급을 늘리기 위해 바닥난방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2006년 말에는 전용면적 50㎡ 이하, 올해 1월부터는 60㎡ 이하 소형 오피스텔의 바닥난방을 허용했고, 이번 조치로 85㎡까지 확대된다.

업계는 정부가 바닥난방을 전용 85㎡ 이하까지 확대한 것은 오피스텔을 사실상 주택으로 인정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용 85㎡ 정도면 독신이나 신혼부부뿐 아니라 한 가족이 함께 거주할 수 있는 정도의 규모로 사실상 일반 아파트나 다름없다"며 "집값이 오른 상황에서 오피스텔을 주택 대신 사용하려는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주거용 인정' 논란 확산..제도 손질해야 =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오피스텔 분양물량이 늘어난다면 주거용 오피스텔을 둘러싼 해묵은 논란이 다시 재현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주거용 오피스텔의 종부세, 양도세 등 과세 문제가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기존 주거용 오피스텔 거주자들도 단속이 강화될까 봐 불편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114 김규정 부장은 "주거용 오피스텔에 대한 국세청의 단속은 행정력 부족으로 사실상 수박 겉핥기에 그치고 있다"며 "종부세나 양도세 중과 대상에서 빠지기 위해 세입자의 주소를 이전하지 못하게 하는 등 편법이 횡행하고 국세청은 다시 단속에 나서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집값이 오를 때는 오피스텔을 업무시설로 쓰게 했다가 전셋값이 불안해지니 다시 주택으로 쓰게 하는 '땜질식 처방'에 불만을 제기한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과거 바닥난방 금지로 사업성이 없어 오피스텔 사업을 접은 회사도 적지 않다"며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건설 사업자만 멍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오피스텔에 대한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제도개선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한다.

업무시설이지만 대다수 주택으로 사용되는 점을 감안해 완전한 주택으로 인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오피스텔은 주택보급률 통계에 잡히지 않는데 정부가 소형주택으로 간주하려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오피스텔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일 수 있도록 법적 정비를 명확히 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바닥난방 허용 여부로 오피스텔의 성격을 인위적으로 제한하려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발상"이라며 "이번 기회에 중대형 오피스텔의 난방을 허용하면서 주거시설로 성격을 전환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