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당국이 집값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아직까지는 각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축소를 주문하는 구두개입에 그치고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강화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때마침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인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도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는 주택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의 고민은 커지게 됐다. 전문가들은 대출 만기를 가급적 길게 해 LTV와 DTI 한도를 최대한 활용하고 고정금리 상품을 통해 금리 인상에 대비하라고 조언한다.

◆수도권 10년 초과 대출 LTV 60% 적용

LTV와 DTI 강화 조짐은 올 하반기 부동산시장의 최대 변수로 꼽힌다. 6억원짜리 아파트를 살 경우 LTV를 10%만 낮춰 적용해도 주택담보대출의 한도는 6000만원이나 줄어든다. 수요자 입장에서는 LTV와 DTI가 강화될 경우 주택 구입 계획 전반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LTV와 DTI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대출을 가능한 한 장기로 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지난달 수도권의 LTV를 종전 60%에서 50%로 낮췄지만 이는 △만기 10년 이하의 아파트 담보대출 △만기 10년을 초과하면서 6억원이 넘는 아파트 담보대출 △만기 3년 이하인 일반주택 담보대출에만 적용된다. 6억원 이하의 아파트를 살 때는 10년,일반주택을 살 때는 3년을 넘는 장기 대출을 받으면 60%의 LTV를 적용받아 대출을 많이 끌어들일 수 있다. 다만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는 대출 만기와 상관없이 40%의 LTV가 적용된다. 비수도권 지역의 LTV는 60%다.

DTI를 따질 때도 장기 대출이 유리하다. DTI는 대출자의 연간소득과 1년간 갚아야 할 원리금을 토대로 계산하는데 대출을 장기로 받으면 연간 원리금이 감소,DTI가 하락한다. DTI가 하락한 만큼 대출 원금을 늘릴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또 DTI는 부부의 소득을 합산해 계산하므로 맞벌이 부부라면 배우자의 증빙 가능한 소득을 최대한 챙겨야 한다.

실제 쓰지는 않으면서 한도만 잡아놓은 마이너스 통장이 있다면 계좌를 해지하는 것이 좋다. 연간 상환해야 할 원리금에 마이너스 대출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는 평소 신용관리를 잘 해 둬야 한다. 근로소득자와 달리 소득 증명이 어려운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은행들이 자체 기준에 따라 DTI를 적용하는데 DTI 산출 기준에 신용등급이 포함된다.

현재 DTI는 강남 3구에서 6억원 이상의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에 한해 40%가 적용되고 있지만 향후 주택 가격 및 주택담보대출의 추이에 따라 대상지역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 금융감독 당국의 입장이다.

은행의 모기지신용보험 연계 주택담보대출(MCI)을 이용하면 LTV를 높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MCI는 임차보증금을 대출 한도에서 제외하지 않는 대출을 말한다. 이를 이용하면 방 3개짜리 아파트의 경우 3000만원 이상 대출을 더 받을 수 있다. 신한은행,우리은행,농협 등은 최근 주택담보대출 급증을 우려해 이 같은 방식의 대출을 중단했지만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에서는 MCI 대출이 가능하다.

◆보금자리론,금리상한부 대출 적합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도 대출자들의 큰 고민거리다. 시중금리가 상승세를 지속한다면 변동금리보다는 고정금리 대출이 유리하다. 다만 고정금리형 대출의 금리가 변동금리형보다 1.5~2.0%포인트 높다는 점이 선택을 어렵게 한다. 9억원 이하의 집을 구입하는 무주택자 또는 1주택 소유자라면 주택금융공사의 고정금리 상품인 보금자리론을 이용해볼 만하다. 보금자리론의 금리는 △10년 만기 연 5.9~6.1% △15년 만기 연 6.0~6.2% △20년 만기 연 6.1~6.3% 등이다. 시중은행의 변동금리형 대출에 비해서는 0.5%포인트 정도 높지만 고정금리형 대출보다는 1.5%포인트가량 낮다.

70%의 LTV가 적용된다는 것도 보금자리론의 장점이다. 대신 DTI 조건이 까다롭다. 보금자리론의 상환금액이 소득의 33% 이하이면서 보금자리론을 포함한 전 금융권 대출의 상환금액이 소득의 4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대출이 허용된다.

보험사의 고정금리 대출 상품도 은행보다 금리가 낮아 고려해볼 만하다. 지난 14일 현재 삼성생명의 고정대출 금리는 연 5.5~7.3%,대한생명의 고정대출 금리는 연 5.69~6.89%다. 은행 상품 중에서는 금리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는 금리상한부 대출이 금리 상승기에 적합하다. 금리상한부 대출은 기준이 되는 CD 금리가 상승해도 3년간은 금리가 올라가지 않는다. 금리상한부 대출의 금리는 개인 신용도에 따라 연 6% 후반에서 7% 후반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